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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자를 미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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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자를 미워한다고?

입력
2008.04.2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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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 공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는 것은 낭비이자 소모다.” 그제 발표된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내역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한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2월에 현 정부 내각 후보자 명단이 발표되고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을 때도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지나친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사람이 많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재산이 11억여 원인 상대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을 수 있었겠는가. 공직자의 재산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재산 형성 과정에 불법, 탈법, 비리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이 4조 가까운 재산을 가졌다고 누가 뭐라고 하던가. 그래서 이 대변인 식의 발언은 당연한 일반론을 새삼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너는 원래 부자를 혐오한다. 너의 시각이 틀렸고, 네가 나쁜 놈이다’라는 식으로 덮어씌우자는 작전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작전은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런 작전을 계속 쓰는 이유는? 아마도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많은 국민이 돈 많은 사람은 무조건 공격한다고 진짜로 믿는 것 같다. 그런데, 뻔히 알면서도 상대의 주장을 엉뚱하게 단순화시킨 다음 슬쩍 비틀어 역공세를 취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보는 태도다. 그런 태도와 의식을 집권층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내면화하고 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많이 봐 왔다.

■‘반(反)기업 정서’라는 관용구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업이 잘 되는 꼴을 워낙 보기 싫어해서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주장이다. 작금 삼성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 다 거짓말이다. 국민들이 일부 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그 관계자들이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삼성이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일자리 고용 늘리는 데 누가 그걸 싫어한단 말인가. 서민들은 싫어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다. 거짓말로 비판의 핵심을 슬쩍 미끄러뜨려 허탈하게 만드는 전술이다. 얄팍하지만 이게 그래도 꽤 효과를 본다. 특히 법원 쪽으로 가면 그렇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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