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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短命 교과부 장관이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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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短命 교과부 장관이 안되려면

입력
2008.04.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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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2개월 전인 2월 29일 늦은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대회의실. 농구 선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키가 큰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기 위해 들어섰다. 미리 준비한 5장 분량의 취임사를 또박또박 읽어나가는 그의 표정에는 “실망시키지 않는 장관이 되겠다”는 당찬 다짐도 배어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취임식장을 빠져 나오는 교과부 직원들은 반신반의 했다. 특히 옛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들이 더 그랬다. 한 사무관은 “기대는 안합니다. 휘둘리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방패막이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장관으로서)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대 공대 교수 출신인 김 장관의 ‘아킬레스건’을 옛 교육부 직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교육현안을 풀어가고,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안을 밀고 나갈 ‘밑천’이 그에게는 부족했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조직관리 경험이 없는 김 장관을 보면 늘 아슬아슬하다”고 표현했다.

서울 K대 A총장은 “교과부 장관은 사안을 제대로 직시하고 해법을 정확히 제시하는 일종의 조율사여야 하는데, 김 장관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말했다. 때론 싸움닭 기질도 발휘하고, 적당히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내야하지만, 점잖고 온화한 스타일에 교육계 움직임에 둔감한 그는 장관실을 지키고 있다.

우려한 대로 였다. 30일이면 취임 3개월째를 맞는 김 장관은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고,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꽁꽁 숨는 행태를 반복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과부가 내놓은 교육관련 첫 작품이기도 한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발표는 1차관 몫이었다. 교육계의 관심이 온통 집중된 사안이기에, 당연히 김 장관이 직접 나서 로드맵 제시와 함께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핵심 현안을 장관 대신 차관이 발표한 것은 의외”라며 “초중등 교육에 자신이 없어서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솔력 부재는 벌써부터 그를 옥죄고 있다. 교과부 직원들은 “학교 자율화와 대학 자율화만 있지, 정작 중요한 교과부 자율은 없다”고 지적한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사건건 개입하고 간섭하고 있는데도, 김 장관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내가 간여할 부분이 아니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이 KDI(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시절 제자였던 인물을 장관 정책 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인선 과정에서 김 장관이 이 수석에게 보좌관 추천을 직접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교과부 내부에서 조차 “인사 청탁을 막았어야 할 장관이 되레 추천을 해달라고 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는 비판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장관을 초대 교과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여러 요인들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190cm에 가까운 장대 같은 키와 업무와의 연관성이 아닐까 싶다. 큰 키 만큼 탁트인 시각에서 교육정책을 조망하고 뚝심있는 정책 추진을 이 대통령은 기대했는지 모른다. 단명 장관의 공통점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같은 법이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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