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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소가 비상구 표지판 보고 대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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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소가 비상구 표지판 보고 대피하나"

입력
2008.04.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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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축사에 불 나면 비상구 표지판을 보고 도망가나. 이런 소방법이 왜 필요한가."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축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의 거의 절반 가량을 소방법 문제점 지적에 할애했다. 26일 경기 포천시 한우농가 방문 때 일을 떠올리면서 "축사를 짓는데 소방법 때문에 까다로워 못 짓겠다고 하더라. 소방법에 따라 비상구 표지판을 붙였다고 해서 소가 그걸 보고 나갈 것도 아니지 않냐"며 "소방방재청장 (여기) 안 오나. 내가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 질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마 축사 짓는 사람의 80~90%가 (이런 소방법은) 안 지킬 것"이라며 "그래도 소방서는 시비를 걸려고 하면 거는 것이고, 그래서 비리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을 바꾸려면 이런 걸 바꿔야 한다"며 "괜히 거창한 것을 갖고 국회에서 할 게 아니라 민생에 관련된 사소한 것을 바꿔야 국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수산식품부 장관도 이런 소리는 처음 들었을 것"이라며 현장 행정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 소 와규(和牛)를 예로 들어가며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와규는 한 마리 가격이 1억원 하는 것도 있다"며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데 그러면 일본처럼 개방해도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앞서가는 축산농가는 쇠고기 개방을 해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어제 방문한 한우농가도 걱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사료값 급등에 대해 "어제 그 한우농가 대표의 아들은 '버려진 땅에 풀을 많이 심었고, 논농사도 열흘 중복되는 것을 피하면 이모작을 할 수 있다. (사료) 값이 올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건 다 개방하는 게 맞다"며 "그 다음은 소비자의 몫이고, 정부는 우리 축산농가가 세계 어느 나라의 값싼 쇠고기가 들어와도 경쟁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을 다녀와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꼭 이번 17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안되면 18대 국회에서 해도 되고,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하면 된다는 자세로 가면 일하긴 편할지 몰라도 이는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정부가 아니다"며 조기 비준을 촉구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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