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은 평일보다 이른 오후 7시30분에 폐장했다. 일반 고객들이 서둘러 쇼핑을 마치고 나온 그 시간, 또 다른 일군의 고객들이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쇼핑을 위해 백화점으로 속속 들어갔다. 일단 내린 백화점 셔터를 다시 활짝 여는 특별한 쇼핑 기회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패셔니스타로 이름 높은 영화배우 류승범이 디제잉을 하고, 프리미엄급 샴페인 버브클리코와 고급스러운 핑거푸드가 무제한 제공된 이 행사의 이름은 ‘포&파이브 스와레’. 신세계 백화점이 올해 처음 실시한 이 행사에는 초청장을 소지한 2535(25~35세) VIP고객 150명과 세련된 트렌드세터 등 300명이 참석, 특별히 오픈된 4,5층 매장을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쇼핑하고 6층 하늘공원에서 음악과 공연, 사교를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운권 추첨을 통해 삼성전자 노트북과 마크 제이콥스 핸드백, MP3 등 고가 선물이 제공됐고 모든 입장고객은 페리에 생수와 목욕제품, 특별 제작된 쇼핑가방 등을 선물로 받았다.
백화점 업계에 소수의 VIP들을 위해 폐점 뒤 문을 여는 ‘오프타임 마케팅’이 활발하다. 매출 기여도가 큰 상류층 고객에게 여유로운 쇼핑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로열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주목 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은 2월 말에도 비슷한 컨셉트의 ‘갈라 쇼핑’을 열었다. 3545세대 VIP고객만을 초청, 밤 8~11시 본관 전층을 개방한 행사에는 최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이 제공됐으며 3시간 만에 12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 백화점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갈라쇼핑의 경우 준비 비용만 1억원대가 들지만, 차별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뜻밖에 매출도 좋아서 다음 행사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많이 포진한 신관 1층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이 두 가지 오프타임 행사를 각기 2~3개월에 한번씩 열 계획이다.
백화점가의 오프타임 마케팅은 2005년 갤러리아백화점이 처음 도입했다. 고가 수입브랜드의 매출이 급등하자, 이들 브랜드의 주 고객인 상류층을 위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1년에 한두 번씩 연 매출 3,000만원 이상인 SVIP급 이상 고객들을 초청, 폐점 뒤 갤러리아 동관과 서관 모두를 오가며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고객의 수준에 맞춰 현악4중주단이 생음악을 연주하고 고급 와인과 케이터링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도 우수고객을 초청, 폐점 이후 해당 층만 오픈해 약식 파티와 함께 쇼핑기회를 제공하며 간헐적으로 소규모 공연도 치른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을 통해 간헐적으로 오프타임 행사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업계는 상위 7% 고객이 매출의 50% 이상을 올리는 현실을 고려해 오프타임 마케팅의 장점을 십분 인정하면서도 외부 노출은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연간 구매 실적에 따라 문화나 레저 기회를 제공하는 VIP행사와 달리 ‘쇼핑 행위 자체를 차별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청 받은 사람들이 느끼는 프라이드 만큼, 일반 고객들의 자괴감도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할인점의 강세로 백화점 시장이 갈수록 상류층으로 좁혀지는 추세라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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