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우려 이상으로 나쁘게 나왔다.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물론, 소비 투자 고용 등 내수지표의 추이가 크게 부진해 향후 전망은 더욱 부정적이다. 정부가 한나라당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추경예산 편성을 서두르는 것이나,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 압력의 수위를 높여온 이유를 엿보게 한다. 그렇다고 이 지표가 곧바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니다. 병세가 심각할수록, 처방은 한층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7% 성장에 그쳐 200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의 1.6%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실적도 잠재성장률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나, 한은도 “성장이 속도나 상승세가 상당히 꺾였다”고 인정했다. 더구나 구매력 지표이자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은 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로 전분기보다 2.2% 오히려 줄었다.
문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대외 요인 불확실성과 세계경제 침체 조짐이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분기 대비 올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3년 만에 최저인 0.6%에 그쳤고, 설비투자는 되레 0.1% 감소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새 정부가 사실상 1월부터 출범했다는 점에서 무척 실망스런 결과다. 특히 소비위축은 고용악화 소득정체 물가상승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여서, 정부조차 회복시점을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가 경기에 직접적 자극을 주는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혈압(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출혈(경기침체)이 심한 환자를 방치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 처방이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경제가 힘들고 선택이 어려울수록 리더십이 중요한 법이다. 실속도 없이 여당이나 한은과 대립하면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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