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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기자 1호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6> 왜 여자배우는 남자가수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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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기자 1호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6> 왜 여자배우는 남자가수를 좋아할까?

입력
2008.04.29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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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주 만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고 또 자연스럽게 정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는 절대로 연예인과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연예인들도 의외로 많다. 아마도 그들이 겪어온 고생과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남자가수와 여자배우(물론 탤런트도 포함해서)가 만나서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자배우가 남자가수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가수가 여자배우를 좋아하는 것일까. 요즘에는 TV에 가수와 배우들이 서로 섞여서 출연하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흔하지만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그런데도 남자가수 여자배우 커플이 적지 않게 탄생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가수 여자배우 부부의 출현은 강홍식과 전옥이다. 강홍식은 일제 강점기 시절 매우 유명한 가수다. 지금도 간혹 불려지고 있는 노래 “처녀총각”이 그의 히트 곡이다. 전옥은 최고의 비극 전담 배우로서 “눈물의 여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었다. 전옥의 삶을 주제로 한 연극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 두 사람은 30년대 초에 결혼을 한다.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강효실이다. 어머니의 피를 받아서 배우로 활약을 하던 중 최무룡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최무룡과 강효실이 낳은 아들이 오늘날 카리스마 연기배우 최민수다. 3대 연예인 집안이다.

두 번째로는 4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남자가수 박광욱과 주로 악극단에서 활약을 했던 여자배우 함국절과의 사랑을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이 50년대에 세기의 사랑으로 화제가 되었던 여배우 윤인자와 인기가수 고운봉의 결혼이다. 슬프고 청순 가련한 역을 주로 맡아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윤인자가 고운봉과 결혼 발표를 해서 장안의 큰 뉴스가 되었다. 고운봉은 “선창”이란 노래로 전국을 뒤 흔들었고, 이어서 “명동 블루스” 등 수많은 히트 곡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70년대에 이혼을 하게 된다. 나는 고운봉씨를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나이 들어서 왜 이혼하느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고 말았다.

60년대에 들어와서는 매우 매력적인 여배우 주란지와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 남일해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사실을 내가 처음으로 신문에 특종 발표하는 바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또 한번 화제의 커플이 탄생한다. 가수 위키리와 여배우 김혜정이 동거에 들어 간 것이다. 매우 쇼킹할 수밖에 없었는데, 김혜정은 글래머 배우의 대명사로 주가가 높았고 당시 동아건설의 최원석 회장과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사이어서 위키리와 김혜정이 살고 있는 신당동 집에 단독으로 초대 받아 저녁대접을 받았다. 김혜정은 음식 솜씨도 좋았고 매우 상냥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안방 벽에 커다란, 전신 크기만한 사진을 걸어 놓았는데 반 누드에 가까운 수영복 입은 본인의 사진이었다. 김혜정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한 장면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그런 정도 사진이 수도 없이 인터넷에 뜨지만 60년대인지라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던 같다. 어쨌든 이들은 얼마 후에 헤어졌다.

여배우 김자옥의 경우는 조금 색다르다. 그녀는 흐느끼는 듯 하는 최백호의 노래를 아주 좋아했고 결국 그와 결혼을 했으나 성격 차이라는 말을 남기고 이혼을 한다. 김자옥은 얼마 후에 두 번째 결혼을 하는데 그 상대가 역시 가수인 오승근이고 이들은 지금 잘 살고 있다. 김자옥은 가수하고만 두 번 결혼을 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최백호와 오승근이 방송국 같은 데서 만나면 어색 하겠군요”하고 나한테 물어 왔다. 나는 이미 지난 일이니 초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지미와 나훈아의 결혼은 상당히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은 말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김지미 편에서 언급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그 다음은 여배우 채시라와 가수 김태욱의 결혼이다.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하던 채시라가 갑자기 결혼 발표를 했다. 가수인 김태욱과의 결혼인 데 채시라는 17년이나 연기생활을 한 중견이고 김태욱은 한창 인기를 끌어 올리고 있을 때였다. 김태욱은 결혼하면서 가수 생활을 잠시 뒤로 밀고 웨딩 플래닝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내가 이 부부를 만난 것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기획사 사무실이었다. “이 사람은 칭찬 받고 싶어 태어난 것 같아요”라고 김태욱이 부인인 채시라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인터뷰 당시 태어난 지 5개월 된 딸이 있는데 김채니라는 이름을 “시아버님이 지어 주셨다”며 채시라는 매우 기뻐했다.

자기 자신도 모유를 먹이고 있고 모유를 권장하기 위해 모유 홍보대사를 하노라고 했다. 매우 행복에 겨워 보였는데, 영??TV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가장 최근에는 가수 이승환과 귀엽고 활기가 넘치는 연기자 채림이 결혼을 했다가 파경을 맞아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14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일까?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지금까지 소개한 스타들 외에도 여자배우와 남자가수의 러브 스토리가 많이 있다. 어떤 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POD 신드롬’과 비교하기도 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오랫동안 훈련했던 긴장이 풀리면서 허전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시청률 때문에 생기는 심한 스트레스, 그리고 아무리 잘 해도 뭔가 부족한 연기에 대한 불만 등을 어느 정도 달래 주는데 노래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해는 가는데 설득력은 약하다. 그런 경우 남자가수가 여자배우를 좋아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연히 생기는 것일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다. 그러니 그냥 숙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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