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12만원을 초과해 기부한 고액기부자 명단 공개가 4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익명성을 앞세운 기부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험성으로 오해 받을 만한 후원금도 적지 않았다.
25일 공개된 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고액 기부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기재토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7,782건의 고액 기부 가운데 직업란을 비워둔 경우는 145건(1.8%)에 불과했지만, 회사원(13.2%)이나 자영업(15.4%) 등 익명의 그늘에 숨는 경우가 상당했다. 심지어 이름 외에는 아예 기재를 하지 않아 신원불명도 6건이나 됐다.
이 같은 관행은 기부자가 신원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다 직업 유형에 관한 통일된 기준이 없고, 미기재 시 처벌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매년 명확한 기준과 처벌조항을 명기하라는 여론의 요구를 외면해왔다.
구청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기부금을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광역ㆍ기초의원이 현역의원에게 기부금을 낸 경우는 모두 154건이었는데, 전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을 가진 현역의원들에 대한 '보험용'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이 있어 왔다. 후원금 내역이 공개된 이후 줄곧 문제가 돼왔던 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엄호성(부산 사하) 의원은 지방의원 5명에게서 각각 180만~500만원을 후원 받았다. 박계동(서울 송파병) 진영(서울 용산) 박진(서울 종로)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의원 등도 자신의 지역구 구청장이나 지방의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품앗이' 관행도 꽤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목희 의원은 김영대 의원에게 500만원을,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진수희 의원에게 150만원을 후원했다. 민주신당 김교흥 유선호,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에 고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이색 기부자들도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으로 부동산 투자상담을 하다가 물러났던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인수위 실세였던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 500만원,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했던 박승환 의원에게 3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최근 공천헌금 논란에 휩싸인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의 모친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에게 300만원을 후원했고,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장을 지냈던 송현섭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의원 8명에게 2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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