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는 단 몇백 원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데 3만원도 넘는 시외버스 요금은 왜 안되나요."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 등 수도권 지역 주요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평일 기준 1만명, 연간으로는 500만명 가량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직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항공기, 기차, 고속버스는 신용카드로 표를 살 수 있는데 유독 시외버스만 예외다. 주말을 이용해 교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은 이 때문에 늘 불만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5일 "몇 년전부터 계속된 시민들 요구에 따라 시외버스터미널에 카드결제 시스템 도입을 권유하고 있으나, 해당 업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며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높은 카드수수료. 자가용 보급 확산으로 가뜩이나 승객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액의 2~3%를 카드수수료로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인 전국 고속터미널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신용카드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해명은 군색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외버스 요금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고 있는 것은 운송업자와 터미널 사업자 간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외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도입 방안을 놓고 내부 협의가 있었으나, 버스 운송회사와 터미널 사업자가 수수료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도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시외버스 터미널 관계자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나 국세청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하니까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해양부와 국세청 모두 "국가가 민간 사업자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으며,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 여부는 각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무관심과 업자들의 배짱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들. 회사원 박모(34ㆍ성동구 자양동)씨는 "고향인 경남 산청군에 온 가족이 함께 내려갈 때마다 시외버스 표를 사기 위해 일부러 만원 지폐를 20장 이상 준비해야 한다"며 "시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라도 하루 빨리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역에서도 교통카드(T-머니)를 충전하거나 정기승차권을 구입할 때에도 현금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행정편의적인 행태로 꼽히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권지윤기자 legend861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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