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5일 티베트(시짱ㆍ 西藏자치구)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측과의 대화를 선언함에 따라 티베트 사태와 베이징(北京) 올림픽 보이콧 문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티베트 사태를 매듭짓고 올림픽을 둘러싼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상 결정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지난달 14일 티베트 라싸(拉薩) 시위 발생이후 중국은 사태 책임을 달라이 라마에게 돌렸다.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국제사회를 의식해“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서방의 대화요구를 외면한 채 사태를 해결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성화 국제 봉송을 계기로 반중 여론이 거세졌고, 급기야 유럽 의회가 올림픽 개막식 참석 거부를 결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5일 중국 지도부를 만난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측의 강경한 분위기를 재차 전달했다.
결국 중국은 티베트 문제가 100여일 남은 올림픽에 큰 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티베트 현지 사정도 중국측이 태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조만간 티베트 또는 제3국에서 대화가 열릴 경우 중국은 올림픽의 원만한 개최를 위한 여건을 한층 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양측이 협상을 통해 무엇을 합의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협상에서는 중국이 의제로 제시한 중국분열 및 올림픽 방해 활동 중단은 물론 달라이 라마의 귀환 조건, 티베트 자치의 범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2002~2004년 협상에서 달라이 라마의 귀환 문제 등을 합의하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번에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달라이 라마는 귀국 후 라싸의 포탈라궁 거주, 수도원 승려 임명권, 중국 내 여행의 자유 등의 보장을 요구했지만 중국측은 거부했다.
독립을 포기하고 티베트의 ‘의미있는 자치’를 요구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중국 정부가 현 수준의 자치 이상의 선물을 줄 가능성은 낮다.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전체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달라이 라마와 협상을 선언하면서 1980년대 초반이후 6차례의 협상을 해왔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대화는 성공적인 올림픽개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티베트 안정이라는 중국의 초미의 관심사에 달라이 라마가 적극 협조할 경우 향후 협상진전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다. 중국측은 “협상의 진전을 위해 중국 분열과 올림픽 방해 책동을 중단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아쉬울 때 달라이 라마가 선물을 준다면 향후 협상이 순조로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화 방침이 미봉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껏 양측은 협상을 개시하면 2~3년 정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이번 대화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화 재개는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은 상태에서 열려 중국측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U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문제를 공동 대처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측의 대화 재개 방침 발표 직후 사태 해결의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반겼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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