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기업들에게 ‘성공을 위해선 천재급 디자이너를 확보하라’는 조언을 했다. 천재급 디자이너가 제품, 더 나아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션은 물론이고 자동차, 정보기술(IT), 가전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자인 경영은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모터쇼 현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완성차 메이커의 디자이너 두 명을 만나 디자인 철학과 소신, 한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조언 등을 들어봤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성인 고든 바그너와 피터 슈라이어를 밀어내고 아우디 디자인의 총 책임자가 된 슈테판 질라프. 이들은 BMW 크리스 뱅글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간판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천재성이다. 고든 바그너는 1968년생으로 올해 3월 마흔의 나이에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총괄책임자에 올랐다. 40여년간 벤츠에 몸담은 피터 파이퍼 전 디자인 총괄 책임자의 후계자다. 독일 에센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바그너는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입사해 11년만에 100년 전통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아우디의 슈테판 질라프는 90년에 입사 한 뒤 13년 만인 2003년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맡았다. 피터 슈라이어, 월터 드 실바 등 자동차 업계의 디자이너 산실인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는 것만 보더라도 능력은 이미 검증된 셈. 1962년 독일 태생인 그는 뮌헨의 응용과학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1990년 런던의 로얄 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에 대해 바그너는 이렇게 답했다. “디자인 트렌드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시장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차이로 디자인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은 그 브랜드를 형상화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이다.”
질라프도 바그너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요즘 자동차들은 연비, 지구 온난화, 이산화탄소 배출가스 등과 같은 이슈와 연계돼 점차 작아지는 추세”라며 “크기가 작아지는 게 ‘이성적 요소’(rational factors)라 한다면 감성적 부분에서는 특정 브랜드ㆍ차종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personality) 이 필요한 만큼 어떤 브랜드가 어필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친환경 차량과 디자인과의 접목이란 무엇일까. 바그너는 “환경 문제는 큰 차나 작은 차나 모두 적용하는 숙제”라며 “차를 만들 때도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만들고, 친환경적 소재를 쓰는 게 디자이너의 숙제다”고 털어 놓았다. 질라프는 “디자인은 겉모양에만 신경 쓰는 그런 게 아니다”며 “디자인은 기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 브랜드의 미래 자동차 디자인 전략과 콘셉트에 대해 이들은 열변을 토했다. 질라프는 “아우디 디자인의 미션은 ‘미래의 아이콘’ 으로 최고의 품질, 기술을 통한 진보, 다양한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고유한 특성을 선보이는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가 아닌 진화를 통해 ‘독일 장인정신이 깃든 엔지니어링과 우아하며 명확한 라인의 완벽한 조화’라는 디자인 철학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는 “100년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을 미래로 가져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세련됨, 차량 전면 그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을 잘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에 대해 바그너는 메르세데스 벤츠 S-Class, SLR 멕라렌, 클래식카 중에는 300 SL 걸윙을 꼽았다. 질라프는 아우디 R8, TT, A5 등을 골랐다.
이들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조언도 했다. 바그너는 “예전에 한국차들은 일부 요소들이 유럽 또는 미국 모델들과 비슷했는데 최근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져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의 경우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한 모델이 아시아적이고 한국적 특성을 잘 보여줬다”며 “향후 현대차만의 색깔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라프도 “한국적인 독창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특히 기아차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첫번째 작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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