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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46점 민주주의와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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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46점 민주주의와 '지못미'

입력
2008.04.2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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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점. 얼마 전 한국일보사와 희망제작소가 연 ‘46점짜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라’라는 토론회가 한국 민주주의에 매긴 점수이다. 46점은 총선의 전국 평균투표율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이라는 양적 지표만이 문제가 아니다. 실종된 정책선거, 다시 하향식 밀실공천으로 후퇴한 후보 선출과정 등 질적인 측면을 점수로 매긴다면 46점보다 더 낮은 점수가 나왔을 것이다.

친박연대와 한국창조당 등 비례대표 의석을 둘러싸고 밝혀지고 있는 치부들, 친박연대의 한나라당 복귀를 둘러싼 여권의 갈등,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체질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개혁과 진보진영의 움직임 등 총선 이후의 정국도 46점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총선실패 이후 뜨는 진보신당

다행히,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약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못미’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 말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의 준말이라고 한다. 민주노동당의 친북노선을 비판하며 출범한 진보신당의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지지층이 되어야 할 젊은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 등으로 아깝게 낙방을 했다. 비례대표 역시 신당으로는 좋은 성적인 2.94% 득표를 했지만 비례대표 배정의 최소 기준인 3%규정 때문에 의석을 배정 받지 못 했다.

이와 관련해, 진보적 유권자들이 21세기의 올바른 진보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광야로 달려 나온 진보신당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자성을 하면서 뒤늦게 진보신당의 당원으로 가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못미’ 덕분에 총선 패배 후 오히려 당원 가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못미’는 버스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때늦은 후회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때늦었지만 후회를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사실 ‘지못미’ 운동이 확산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총선 실패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냄비풍조와 건망증이다. 지금은 ‘지못미’라고 미안해 하고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우리의 풍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 미안함을 잊어버리고 열정 역시 식어버리고 마는 것이 걱정이다.

우리의 46점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못미’를 살려 나가야 한다. 아니 ‘지못미’를 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투못미’가 필요하다. 투표를 외면한 54%의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후회와 자성을 하고 다음부터 투표를 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투못미’가 아니라 ‘투안잘’(“투표 안 하기를 잘 했다”)을 부추기고 있다.

총선 후 정치권이 하는 짓을 보니 “투표 안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비례대표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표를 줄이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둘러싼 이번 총선의 각종 잡음은 비례대표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켜 주고 있다.

비례대표 득표 하한제 없애야

사실 비례대표가 사표를 없애 선거제도에 의해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에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비례대표 득표 하한제에 의해 사표를 양산하고 있는 반쪽 비례대표제도이다. 예를 들어 득표율에 따르면 2.94%를 얻은 진보신당은 8석의 의석을 가져야 하지만 3%규정에 의해 8석은커녕 한 석도 배정 받지 못했다.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의 취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한제 폐지, 독일식 도입, 비례대표 선정과정의 투명화 등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46점 민주주의를 벗어나는 길이다. 문제는 허무주의를 넘어서 생산적 대안을 중심으로 민심을 조직하는 것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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