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 10곳 중 3곳이 적자를 냈고,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그래도 신규 채용과 임금 증가세는 여전했다. 임직원 수가 1만명 가까이 늘어났고, 기관장 연봉이 최고 44% 오른 곳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302개 공공기관들의 지난해 경영실적 정보를 28일 경영정보통합공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 공시하기로 하고, 그 주요 내용을 27일 공개했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대수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공공기관장 연봉 ‘풍선 효과(?)’
지난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2006년도 보다 4.1% 상승한 1억5,400만원이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빅3’ 국책은행장이 평균 5억8,000만원으로 여전히 1~3위를 차지했지만, 여론의 집중 표적이 된 탓에 이들의 연봉은 1년 전에 비해 20% 안팎 감소했다.
반면, 여론의 관심에서 비껴있던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연봉 인상이 두드러졌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 사장의 연봉은 2006년 3억6,900만원에서 지난해 5억3,100만원으로 무려 44.1% 급증했고,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직원 부정 채용이 적발된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의 연봉도 20.5%나 높아졌다. 한국가스공사(17.9%) 한국기업데이터(17.2%) 기술보증기금(16.4%) 신용보증기금(13.6%) 등 기관장의 연봉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 직원 연봉도 늘고, 채용도 늘고
연봉 상승세는 기관장보다 감사가 더 빨랐다. 지난해에는 4.1%로 기관장과 동일했지만 참여정부 5년간 연평균 연봉 상승률은 7.4%로 기관장(6.5%)을 앞질렀다. 특히 공기업 감사들의 연봉 상승률이 높았다. 한국수자원공사 감사 연봉은 1년 새 거의 두 배(83.7%) 가까이 뛰었고, 한국관광공사(52.9%) 한국도로공사(35.4%)도 만만치 않았다.
직원 평균 임금이 가장 높았던 곳은 증권예탁결제원이었다. 1인당 평균임금이 9,677만원으로 전년도(8,812만원)에 비해 9.8%나 상승하면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온 산업은행(9,296만원)을 2위로 밀어냈다. 상승률로는 산은캐피탈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상 13.1%)이 1위를 차지했다.
임금 뿐 아니라 채용도 꾸준히 늘었다. 302개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 수는 25만8,982명. 1년 새 9,771명(3.9%) 늘었다. 참여 정부 5년 평균 증가율은 무려 7.7%에 달한다.
■ 구조조정 속도 낸다
반면, 공공기관들의 경영 성과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자산 증가(8.3%)보다 부채 증가(9.1%)가 더 빨랐고, 당기순이익도 고작 2.0% 늘어난 17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공공기관의 30%인 89곳이 적자였다.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총자산이익율(당기순이익/총자산)도 전체 평균 2.3%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장기업 총자산이익율(6.6%)의 3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장 연봉 상한을 3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보수체제 개편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률적인 금액 제한보다는 정부가 주주인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6월말까지는 민영화 및 통ㆍ폐합 대상 등 공공기관 재편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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