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재산 많다는 것이 무조건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고위 공직을 수행하고 있는 인사들의 재산이 그 내역도 내역이려니와 형성 과정이 의혹 투성이라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이를 사회적 증오를 증폭시키려는 소모적 논란이라고 외려 목소리를 높인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박미석 대통령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인천 영종도 농지투기 논란만 해도 그렇다. 남편이 친구 삼촌 소개로 구입했는데, 농지 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됐고 영농계획서도 첨부한 만큼 매입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 재산이 25억원이 넘는 박 수석 가족이 농사를 지으려고 그곳에 땅을 샀다면 누가 믿겠는가.
농지 매입 후 인근 지역의 복합레저단지 개발, 영상단지 조성 등 개발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재산 신고 때 제출한 자경(自耕) 확인서도 허위작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 수석은 임명 과정에서도 논문표절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때 물러났더라면 땅 투기 논란으로 자신과 정권을 또 한번 어렵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측이 많은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번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그 자체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재산을 공개한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땅 부자, 주택 부자라는 사실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사심 없이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서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릴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ㆍ여당이 추진 중인 보유세 인하 등 부동산 부자들에게 1차적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을 펴다가는 오해와 저항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민생활을 걱정하지만 그런 각료와 참모들로 둘러싸여 있는 한 서민들에게 진정성이 먹혀 들기 어렵다.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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