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휴양지 하면 대체로 풍광 좋고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연상되지만, 보르네오섬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의 코타 키나바루는 몇가지 점에서 다른 동남아 휴양지들과 구별된다.
우선 바다 외에도 산이 있다는 점. 도시 이름도 이 산에서 유래했는데, 키나바루산은 해발 4,100m에 달하는 동남아 최고봉이자 말레이시아에서는 최초로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코타(Kota)는 도시 혹은 요새, 키나바루(Kinabalu)는 '중국의 과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동남아에서 4,000m가 넘는 산을 만난다는 것은 여타 기후대에서 만나는 고산준령과는 차원이 다르다. 열대성, 아열대성, 침엽수림대 등 고도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수림과 설경은 키나바루산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매력이자 감동이다.
이때문에 주변의 좋은 바다를 제쳐놓고 이 산만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가지 흠 아닌 흠이라면 정상 정복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9~10개월 전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코타 키나바루의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체험하려는 사람은 내년 계획을 미리 세우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에 오르지 못한다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땅과 바다에서도 다른 휴양지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점이 가볍게 코타 키나바루를 찾는 관광객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지도 모른다.
코타 키나바루에 왔다면 먼저 바다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모터보트를 타고 40여분 망망대해를 헤치고 나가는 상쾌함도 그렇지만, 몸을 던져 심해 속에서 느끼는 바닷속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열대어를 감상하는 스노클링이 보통인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좀더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그냥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어는 정도 수영에 자신이 있을 경우다.
'바람 아래의 땅'이라는 이곳의 별명처럼 태풍의 발원지 아래에 위치해 있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으로 거의 1년 내내 조용한 바다는 마치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듯 부드러운 느낌이다. 가이드가 열대어 밥으로 미리 준비해 주는, 동그랗게 만 식빵 덩어리를 갖고 들어가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스노클링으로 어지간히 시간을 보냈다면 인근 섬에서 맛있게 구운 닭 바비큐로 배를 채운 뒤 이번에는 바다낚시를 해봄직 하다. 낚시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운이 닿아 물때만 잘 만나면 어디서고 팔뚝 만한 크기의 열대어를 쑥쑥 건져올리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만타나니'라는, 원주민들이 부락을 이뤄 사는 섬이 근처에 있다. '만타'는 토속어로 담요를 가리키고, '나니'는 여자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이 섬에 상륙한 일본군이 해변가에 둘둘 말려있는 담요를 들췄더니 나니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놀란 눈으로 숨어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원주민의 자연상태의 생활을 목격할 수 있다.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2004년 이전에는 관광객의 출입을 금지했던 이곳의 원주민들은 흑백TV가 유일한 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연과 일체가 된 생활을 하고 있다.
뱀 같은 파충류가 기어들어오지 못하도록 사각기둥을 박아 지상에서 수십cm 떨어져 세운 형태의 가옥 안에서 원주민 아낙네와 몇마디 얘기를 나누다보면, 섬 바깥의 문명생활이 주는 고마움과 그 한편으로 문명이라는 것의 고단함이라는 상반된 감정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코타 키나바루에서 차로 1시간 좀 넘게 달리면 나오는 가라마강(江)도 원시(原始)를 만날 수 있는 곳. 어른 손가락 크기의 몽키바나나로 야생 원숭이떼와 잠시 희롱한 뒤 길다란 나무보트를 타고 강 어귀에 들어서면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서 본 영락없는 밀림 탐험대다.
강 양쪽으로 맹글로브를 비롯한 야생 수목이 빽빽이 우거져 있고, 수면 위에 비친 나무 그림자에서는 금방이라도 악어떼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코주부 원숭이들은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부산하게 이 나무 저 나무를 건너다니고,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수십~수백마리의 물소떼가 강을 건너는 대자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가지 않고도 이런 원시를 만날 수 있다니" 하는 감상이 드는 사이,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수많은 반딧불이 펼치는 찬란한 빛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다.
코타 키나바루(말레이시아)=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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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코타 키나바루
■ 코타 키나바루 관광상품은 많이 나와 있다. 항공편도 말레이시아항공 주 2회(수, 토), 대한항공 주 4회(화, 목, 토, 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운항한다.
■ 중동만큼 종교색이 강하지는 않지만 이슬람국가이다보니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는 현지 관습이 있다. 우선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큰 실례다. 동물보다 못한 존재를 뜻하는 비하의 표현이기 때문에 반드시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도록 하자.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역시 이슬람에서는 영혼을 빼앗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왼손은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선 안된다. 무슬림에게 왼손은 화장실에서나 쓰는 깨끗하지 않은 손이다.
■ 날씨는 우기인 11~3월의 겨울만 빼고는 화창하고 맑다. 화폐는 링기트(RM), 1링기트는 310원 정도이다.
● 여행수첩/ 레소토
■ 레소토의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 정도. 인구는 220만명이고 수도는 마세루다. 레소토에 가려면 반드시 남아공을 거쳐야 한다. 국토가 섬처럼 남아공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바스톨란드 보호령’으로 영국의 통치를 받다가 1966년 독립했다. 영국령으로 있었기 때문에 남아공의 인종차별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지 않았다. 왕이 있지만 실제로는 의회와 내각이 정부를 이끈다.
■ 산악국가인 레소토의 가장 큰 자원은 물이다. 수자원이 부족한 남아공에 물을 대 주는 대가로 매월 2,200만 란드(약 27억5,000만원)을 받는다. 대다수 남성은 남아공의 광산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처럼 에이즈 감염률이 전 국민의 30% 이상으로 높다.
■ 아프리카 대부분의 원시 부족들이 여자와 바꿀 소만 있으면 여러 명과 결혼하는 일부다처제인 것과 달리 레소토의 바소토족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 왕도 한 명의 부인만 두고 있다. 이웃나라 스와질랜드(레소토와 같이 남아공 안에 섬처럼 자리한 나라)의 왕이 매년 새로운 왕비를 간택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화폐는 레소토 로티(LSL). 남아공 화폐 란드와 1대 1로 통용된다. 란드의 환율은 1란드에 125원 정도. 한국에서도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는 직접 란드로 환전해준다.
■ 레소토 국민들이나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은 주로 수도 마세루가 있는 서부지역을 통해 레소토를 드나든다. 사니패스는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절경을 함께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사니패스가 검은 대륙에선 드문 아프리카 고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 협곡길을 즐기려는 4륜 산악오토바이, 산악자전거 마니아들도 많이 찾는다.
■ 요하네스버그에서 북부 드라켄스버그의 로얄나탈 국립공원까지는 차랑으로 4~5시간. 북부 드라켄스버그에서 사니패스 입구인 언더버그까지는 3~4시간 걸린다.
■ 남아공, 레소토와 한국의 시차는 7시간. 남아공은 30일, 레소토는 60일 이내 체류시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 인천공항과 남아공을 연결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남아프리카 항공(02-775-4697)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인천-홍콩 3시간4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는 남아공 일주(7일, 259만원부터), 동ㆍ남부 아프리카 허니문 패키지와 가족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775-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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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해양스포츠 한곳에서 즐겨요
코타 키나바루의 또 하나의 매력은 호텔 리조트에서 원스톱 휴양 레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호텔 리조트와 골프 겸용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에는 둘을 결합시킨 괜찮은 리조트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넥서스(Nexus) 리조트. 시내에서 30~40분 떨어진 이 리조트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있다.
무려 6km에 달하는 해변, 잘 꾸며진 열대정원, 제트스키 카약 파라세일링 리버크루즈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라군 파크(Lagoon Park), 여기에 수영장과 유아를 위한 키즈센터 등. 몸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리조트 내에 하루종일 머물러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엇보다 사방이 키나바루 산줄기와 남중국해,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18홀짜리 골프코스가 바로 리조트 옆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동말레이시아(보르네오섬 쪽의 말레이시아) 최고의 골프코스로 선정한 이곳은 골프 문외한이라도 한번쯤 잔디를 밟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C&C 마케팅 (02) 6927-9800
코타 키나바루(말레이시아)=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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