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27일 오후 서울에서 진행돼 곳곳에서 몇차례 충돌 사태가 빚어졌으나 전체적으론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1만여명의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가 중국의 티베트 독립시위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경찰에 폭력을 행사해 비난을 샀다. 경찰은 성화 봉송 구간에 8,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고 전경버스와 경찰특공대, 마라톤 동우회 소속 경찰관들로 성화 봉송 주자를 겹겹이 에워싸 정작 시민들은 성화 봉송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물리적 충돌은 출발지인 올림픽공원 인근 지점과 도착지인 시청앞 광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오후 2시30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피아나호텔 앞 8차선 도로에서 중국인 유학생 1,000여명이 ‘기독교사회책임’ 소속 한국인 회원 100여명의 ‘No Human Rights, No Olympic’(인권이 없으면, 올림픽도 없다) 구호에 격분, 이들에게 각목과 쇠파이프 깃대, 스패너 등을 던졌다.
경찰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상황은 진압됐지만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영어로 욕설을 퍼부으며 경찰에 격렬히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본보 사진부 홍인기 기자가 중국인 유학생들이 던진 각목에 맞아 머리가 찢어졌고, 자유청년연대 최용호 대표는 스패너에 가슴을 맞았다.
오후 3시께는 송파구 신천역 부근에서 탈북자 장모(33)씨가 성화를 빼앗으려고 봉송 행렬에 뛰어들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오후 3시40분 역삼역 부근에서는 탈북자 손모(45)씨와 최모(50)씨가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저지 당했다.
오후 5시15분께 중국인들은 시청앞 프라자호텔 앞에 있던 반 중국 시위대가 티베트 국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곤 이들을 호텔 안까지 쫓아 갔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들을 저지하는 서울경찰청 소속 박모 의경을 둔기로 때렸다. 박 의경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호텔에 난입한 중국인들은 오성홍기를 흔들고 “치아요우 중궈!”(중국 파이팅)를 외치는 등 소란을 피웠고,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중국 정부의 티베트 독립시위 강경 진압과 탈북자 강제송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티베트평화연대’소속 회원 200여명은 오후 5시께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티베트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성화 봉송’ 행사를 가졌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같은 장소에서 ‘중국 인권 향상을 소망하는 도장 찍기’ 행사를 진행했다. 반면 중국인 유학생들은 올림픽공원~테헤란로~한남대교~동대문~시청으로 이어진 성화 봉송 구간 곳곳에 수십~수백 명씩 모여 “치아요우, 중궈!”, “치아요우, 베이징!”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몽촌토성역~잠실역 1.2km 구간 인도는 붉은 옷차림에 크고 작은 오성홍기를 든 중국인 수천명으로 가득 찼고, 일부 유학생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면 다른 외국인들은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밤 11시께 항공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향했다.
이영창 기자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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