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원외국어고와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사립대)에 진학하기 위해 사생활을 희생하는 등 과도한 학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진학이 한국 사회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며 미국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이들 2개 고교 재학생들의 살인적인 학업 강도와 부작용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의 한국인 학부생은 103명인데, 이 가운데 두 학교 출신이 34명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대원외고 학생의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평균 점수는 2,400점 만점에 2,203점이며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도 67명에 달했다. 반면 미국 최고 명문고 중 하나인 필립스 엑스터아카데미의 평균 점수는 2,085점에 불과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 같은 성적의 비결이 ‘끝임 없는 학업 독려’라고 꼬집었다. 대원외고에서는 교사가 학생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새벽 2시께 이메일로 보내면 학생이 다시 새벽 5시께 재질문을 이메일로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으며, 민사고의 기숙사에서는 새벽 2시에 전등이 꺼지면 손전등을 켜고 몰래 공부하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대원외고의 남녀 학생이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다가 교사에게 발견돼 질책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학생의 이성교제가 ‘시간낭비’로 금지되고 있고, 공부에 바쁜 학생들도 이를 불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산더미 같은 학업량에 몰두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식는다”고 말했다.
최근 대원외고가 1학년 학생의 수업을 일찍 마치기 시작했고, 민사고는 학생들이 졸고 있는지 감시하는 기숙사 감시 카메라의 작동을 중단하는 등 두 학교도 가혹할 정도의 교수법에 대해 재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학업 강도는 여전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미국 명문대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국가적 강박관념이 됐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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