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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4월 28일>] 주막에서

입력
2008.04.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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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 민음사 '眞人'이었던 기인 천상병"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시인 천상병이 1993년 4월 28일 63세로 귀천(歸天)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귀천’ 전문)

그의 첫 시집 <새> (1971)는 살아있던 그의 ‘유고시집’이 된 일화가 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어이없이 연루돼 6개월간 옥고를 치른 그가 고문의 후유증과 술 때문에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져 서울시립정신병원에 행려병자로 수용됐을 때, 문우들이 그가 죽은 줄로 알고 그의 시들을 모아 유고시집으로 발간한 것이다. ‘새’도 ‘귀천’과 함께 애송되는 천상병 시의 한 편이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에야 새날이 오고 새가 울고 꽃잎 필 것이라고 한 천상병의 쓸쓸한, 그러면서도 맑고 투명한 목소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일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았지만 그 삶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었더라 할 수 있는 자기극복은 어떻게 벼려진 것이었을까.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가난은 내 직업...’(‘나의 가난은’에서)이라던 그의 영혼에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사동의 찻집 ‘귀천’이나, 지금 자신의 이름을 단 천상병시인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수락산 어귀(그는 이곳에서 오래 살았다) 쯤에서, 그는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며 우리들의 소풍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너무나 정직해서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 기인(奇人)이라면 그는 진정 기인이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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