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못한 아내가 어느 날 책 한 권을 사왔다. 데이브 램지의 <부자가 되는 비결> .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드는 실용 경제서였다. 화장실 귀퉁이에 놓고 시간 날 때 마다 한 장 씩 넘기다 보니, 꽤 맞는 얘기가 많았다. 중간 중간의 ‘잘못된 통념과 진실’ 등 소박스 읽을 거리는 절묘한 진리였다. 넘기다가 소제목으로 “빈털터리 주제에 재규어를 몰다니”라는 경험담이 있었다. 순간 속이 뜨끔했다. 부자가>
한 가지 취미가 있는데, 바로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점이다. 독일 유학때 처음 운전을 배웠고, 첫 무대가 그 곳의 아우토반이다 보니 그 경험이 강렬하게 잠재되어 있었는지…. 하여간 돈 드는 취미를 가져 고민이다.
사실 대학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엔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그러다 사는 형편이 나아지자 발동이 걸리고야 말았다. 남에게 질세라 차를 바꾸기 시작했고, 중고지만 재규어도 구입했다. 돈 벌어 차에 다 때려 넣고,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여건 될 때 그 간 못한 일이라도 한번 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책에 눈을 주자니, 저자의 충고가 귀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이자 발생 지출을 없애고 부채를 조금씩 탕감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새 차란 물건은 감가상각이 가장 심한 동산이라서 2~3년 뒤면 반 가격으로 되는 법이다. 그는 “리스나 할부로 이자까지 주어가며 새 차를 사는 건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상태 좋은 중고차를 현찰로 사라”고 했다. 수리비가 들지만 새 차의 감가상각과 이자에 비해선 훨씬 절약이라는 귀띔도 책을 통해 접했다.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2년 된 중고차를 현금으로 사서, 몰고 다닌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2001년산 링컨 타운카와 함께 남긴 사진과 글을 본 적이 있다. “몇 년 만 남들과 다르게 살면, 몇 년 후 정말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했지만, 건성이었다. 그러나 책을 동원한 아내의 작전에 휘말렸나 보다. 그 후 차에 대한 더 이상의 지출은 없었으니.
김영수ㆍ재즈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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