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0ㆍ의사)씨와 박모(48ㆍ골프의류판매업체 대표)씨 등 2명이 사망 직전 수면제ㆍ항불안제 성분 약품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러나 이 약품 성분이 직접 사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드링크제에서 약물 검출
경기 광주경찰서는 28일 “박씨의 구토물과 김씨의 체액,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화장실에 버린 홍삼드링크 병에서 수면제(졸피뎀)와 항불안제(클로티아제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승용차에서 수거된 커피음료 2개에 대한 검사에서는 독극물 등 약물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주사 약물 용기가 발견됐지만 상표가 없고 내용물도 남아 있지 않아 분석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김씨가 26일 병원에서 가지고 나간 뒤 휴게소 화장실에 버린 주사기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내용물 유무 및 성분 검사에 대한 정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김씨가 최근 정신과에서 같은 성분의 약품을 받아간 정황을 포착,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이들에게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시신과 주사기 및 약물 용기 내용물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나 자살로 단정키도 어려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살? 타살? 사고사?
두 사람의 죽음은 갖가지 의문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두 사람이 수면제, 항불안제 성분이 든 홍삼드링크를 마셨다는 사실과 주사 약물 용기를 사용했다는 점 뿐이다. 그러나 경찰과 전문가들은 “항불안제 성분 복용 시 부작용으로 호흡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남성 2명에게 동시에 부작용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수면제 성분도 과다 복용한다고 해서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진 않는다. 따라서 27일 오전 6시12분께 휴게소에 들렀을 때 멀쩡했던 두 사람이 18분이 지난 오전 6시 30분께 119에 구조를 요청한 이유를 이 약품 성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진다.
이 때문에 경찰도 자살ㆍ타살을 명확히 구분해 말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왜 새벽에 골프를 치러 가는 사람들이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복용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남는 것은 종류 미상의 다른 약품이나 독극물 복용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것도 자살ㆍ타살을 명확히 구분해 주지 못한다. 절친한 고교 선후배 사이인데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자살할 동기가 분명치 않다.
설령 자살이라 해도 방법이나 장소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타살 가능성이 있지만, 두 사람이 27일 제3자를 만난 흔적이 없고, 범죄 피해를 당한 정황이나 증거도 없다.
다만 경찰은 싱글 수준의 실력인 두 사람이 당시 36홀 라운딩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성분은 향정신성의약품에서도 쓰이는 만큼 이들이 36홀 라운딩을 앞두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각성제나 피로회복제 복용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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