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링깃(Ringgit)화, 스위스 프랑(Franc)화, 브라질 헤알(Real)화. 수출입은행이 최근 몇 달 사이 발행한 채권의 통화표시 목록이다. 여기에 멕시코 페소화도 이름을 추가하게 됐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여건이 악화되면서, 틈새 시장이라도 공략해 조달시장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전략에서다.
수출입은행은 24일 멕시코 시장에서 8억 페소(미화 7,6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물론 페소화가 필요해서는 아니다. 멕시코에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페소화는 바로 현지에서 달러화로 교환(스와프)된다. 10년 만기에 금리는 달러화로 스와프한 뒤에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1.35%포인트를 적용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은 달러화이지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잘 되지 않는다”며 “다른 국가들의 금융시장을 분석해 가장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 부호들이 많아 투자수요가 많은 말레이시아에서 링깃화 채권을 발행한 것 등이 좋은 예이며, 스위스나 브라질에서도 현지통화로 자금을 조달했다.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달러를 유치할 수 있는 제3시장을 찾는 것은 이미 은행권의 주요 화두가 됐다. 주된 외환조달 시장이었던 미 금융권의 불안과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사무라이 본드(엔화표시채권) 공모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채권 규모는 244억엔.
하지만 ‘고정금리의 경우 연 2.60%, 변동금리는 리보금리+1.60%포인트’라는 발행여건은 금융시장이 한참 불안할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금리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이미 국책은행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우리은행도 현재 사무라이 본드나 링깃화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려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최근 포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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