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유선통신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이 600만 명의 개인정보를 1,000여 업체에 불법 유출한 것은 우리사회 정보인권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 준다. 두 달 전 해킹을 막지 못한 부주의와 과실로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사건과 달리 고의로, 범죄 행위임을 알고도 뻔뻔스럽게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그저께 경찰에 입건된 이 회사 전 대표이사와 전ㆍ현직 지사장 21명은 계열사까지 차려 불법 유출한 개인정보로 자사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하나 TV’ 에 가입하라고 걸려오는 스팸 전화, 은행대출을 권하는 문자메시지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그것이 불법임을 지적했는데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정보 유출을 계속했고, 정보통신당국 직원들은 단속정보를 미리 그들에게 흘려 범죄 은폐를 도운 것도 드러났다. 정보통신 선진국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지적이지만, 이번 역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의 기술 개발과 이용에만 신경을 썼지, 그 부작용을 막는 제도나 시스템 구축은 늘 뒷전이었다. 최고 과태료가 겨우 1,000만원이니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됐다. 인터넷 상의 불법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국민의식도 문제다. 그러니 이번 하나로텔레콤 사건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관리 소홀에 최고 2년 이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사전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인터넷에 유포된 개인정보의 모니터 강화, 주민등록번호 상용 대신 인터넷 신원 확인 번호인 ‘아이핀(i-PIN)’ 도입 의무화, 일반 인터넷 포털들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 해킹방지 보안서버 보급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상 개인정보 침해방지 대책’을 재빨리 내놓았다. 그 효과를 기대해 본다.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