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은 폭락하는 반면, 오랫동안 푸대접 받던 농지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 곡물가격 덕분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최근 수개월간 농지투자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영국 등 유럽연합(EU) 지역은 물론 동유럽과 구소련 곡창지대의 농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맨체스터시의 한 농지투자 펀드는 발매 2주만에 매진돼 2번째 펀드를 준비중이다. 이 투자회사 대표는 “유럽 각지에서 자금이 몰려들었는데, 매입할 농지는 농민들에게 임대돼 투자 이익뿐 아니라 곡물 수확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메니저는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은퇴자부터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증권중개인까지 돈을 들고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지난 20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던 영국 농지가격이 이 같은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18개월 동안 2배 이상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동유럽, 구소련 지역의 비옥한 미개발 곡창지역도 농지투자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지역은 서유럽에 비해 농지가격이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 투자매력이다. 발트해의 리투아니아의 경우 비옥한 경작지는 ㏊당 734유로(약 115만원). 반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룩셈부르크의 농지가격은 ㏊당 16만4,340유로(약 2억5,850만원)로 무려 리투아니아 농지의 230배에 달한다.
폴란드는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농지 평균가격이 60%가량 뛰어올랐다. 우크라이나의 최고급 경작지는 올해 2배 가량 상승할 것으로 펀드 투자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국이 안정되지 않은 세르비아 조차 북부 곡창지역의 경우 지난해 ㏊당 5,000유로(약 786만원)에서 올해 7,000~8,000유로(약 1,180만원 내외)까지 상승했다.
땅값이 들썩이자 폴란드 정부는 2016년까지 외국인의 토지구입을 금지했고 다른 나라 정부들도 서둘러 유사한 투자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투자회사들은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각종 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젊은 전업농에게만 농지구입 자격을 주는 등 엄격한 토지소유 규제 정책을 유지해 농지가격이 ㏊당 6,000유로(약 944만원)에 묶여 있지만, 이런 프랑스마저도 2003년 이후 50% 가량 농지가격이 올랐다.
영국에서 부동산중개회사를 경영하는 마크 맥캔드류는 “도시 고소득자들이 투자보다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농지를 매입하는 경우도 늘어나 농지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오랜만에 영국 농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것이 국제 곡물가격 상승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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