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정집 등 모든 건물의 실내 냉ㆍ난방 온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여름철에 26도 이상, 겨울철엔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으로 생활할 정도의 ‘에너지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인데,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한쪽서는 탈(脫) 규제를 외치며 다른 쪽에선 구시대적 규제를 꺼내 들고 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정부는 24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어 고유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절감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우선 연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개정해 그간 공공기관에만 적용돼 온 냉ㆍ난방 온도 제한을 특수 시설(병원, 양로원 등)을 제외한 모든 건물로 단계별 확대한다. 적용 대상은 2009년 대형 공공시설과 교육ㆍ위락시설, 2010년 대형 민간 업무용 시설, 그리고 2011년에는 주택 등 모든 건물이다.
여름철에 실내 냉방 온도가 26도 아래로 내려가거나 겨울철에 난방 온도가 20도를 넘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겨울에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 반팔을 입고, 여름에는 반대로 스웨터를 입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가정집 구석구석까지 온도계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과태료 부과 때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1991년 대형 건물에 도입됐던 냉ㆍ난방 온도 규제가 97년 폐지된 것도 불필요한 규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경부 관계자도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기 보다 냉ㆍ난방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또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건물 에너지효율 등급표시제를 9월부터 신축 민간 아파트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기존 건물로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특히, 공공기관 건설 아파트는 내달부터 에너지효율 2등급 이상이 의무화되며, 100세대 이상 민간아파는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으면 그만큼 높은 용적률을 적용 받는다. 아울러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50% 깎아주기로 했다. 현재 연비 1등급 차량은 40개 모델로, 국내 판매 차량의 2.6%에 달한다.
당장은 물가 부담 때문에 공공요금을 동결하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에너지가격 체계를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합리적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정책도 펴 나가기로 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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