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 세종대왕, 정조, 카이사르….’
이 위인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이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후대의 경영자들이 본받을만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역사와 고전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면서 위인들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과 경영 방침을 전달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이들 위인을 활용하고 있다. CEO들이 ‘위인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요즘 ‘칭기즈칸 전도사’로 통한다. LG 구본무 회장이 임원들에게 칭기즈칸 DVD를 돌리자 한 술 더 떠 팀장급들에게도 자료를 배포하며 “2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10만 병사로 1억명이 넘는 유라시아 전체를 150년이나 통치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칭기즈칸에 매료된 이유는 칭기즈칸의 통치방법이 LG화학이 추구하는 스피드 경영과 일맥상통하기 때문. 칭기즈칸의 몽골기병은 상대가 이틀 후에나 성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당일 저녁에 도달해 적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유라시아를 호령했다. 수적 열세를 스피드로 만회한 셈이다. LG화학의 스피드 경영도 시장의 변화를 먼저 감지해 경쟁사보다 빨리 성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칭기즈칸을 꼽는다. 그는 평소 “이 세상에 블루오션은 없다. 다만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만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틈새보다는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가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가전 분야에 출사표를 낸 것도 스피드로 레드 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또 그룹의 주요 사업이 방문 판매업이라 칭기즈칸이 몽골기병을 조직하고 운용한 방법이 경영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
신세계의 구학서 부회장은 벤자민 프랭클린 예찬론자다. 프랭클린은 피뢰침이라는 엄청난 제품을 발명하고도 “피뢰침을 만든 목적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고, 나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할 때 가능하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피뢰침 관련 특허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회적 재산으로 내놓을 정도로 덕을 중요시했던 인물. 그래서인지 구 부회장은 인재를 등용할 때도 반짝 뜰만한 사람보다는 포용력과 이해심이 많은 사람을 선호한다.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섬김과 화합을 강조한 ‘세종’의 리더십과 닮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직후 가진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사무실에서 전화로 업무를 보거나 찾아오는 사람만 만나서는 어려운 협력업체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직접 현장에 나가야 힘든 업체를 도와 줄 수 있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직원이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생각에 취임 직후 전국의 모든 점포를 직접 방문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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