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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드만 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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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드만 삭스

입력
2008.04.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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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마르크스 골드만은 뉴욕 맨해튼의 석탄 낙하로 옆에 있는 비좁은 지하실에 작은 가게(Marcus Goldman & Co)를 열었다. 독일계 유태인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온 그가 맨 처음 시작했던 마차 행상과 구멍가게를 접고 차용증(IOU) 거래 사업에 뛰어든 것. 골드만은 매일 아침 외투를 걸쳐 입고 다이아몬드 도매상과 가죽상인을 찾아가 약속어음을 샀다.

그는 약속어음을 높은 실크모자의 안쪽 덧감 속에 넣은 후 은행을 찾아가 수수료를 받고 넘겼다. 일종의 어음 할인꾼이었다. 당시는 은행가의 성공이 ‘그 사람의 모자높이’로 측정됐기에 모자 속에 어음을 최대한 많이 넣고 다녔다.

▦골드만은 어음거래 규모가 급증하자 1882년 사위인 샘 삭스를 파트너로 불러 들이는 등 사돈집안의 인재들을 합류시켰다. 회사도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로 바꿨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각광 받는 골드만 삭스는 이처럼 골드만가와 삭스가가 동업하는 가족회사로 출발했다. 미국 최대의 어음 거래업체로 성장한 골드만 삭스는 이후 기업공개, 인수합병(M&A) 자문, 각국의 공기업 매각 주간사 참여 등으로 보폭을 넓혀갔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 투자한 후 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고수익형 금융기법을 잇따라 선보이며 월가의 지배자가 됐다. 골드만 삭스는 2006년 기준 전세계 주식 인수부문 1위, 채권 인수부문 3위, 인수합병 재무자문 1위 등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 통합법이 내년에 발효되는 것을 계기로 한국판 골드만 삭스를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의 M&A 주간사로 골드만 삭스가 선정된 데 이어 앞으로 이어질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초대형 매물시장도 외국계가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토종IB들은 국내 업체 간 인수합병을 할 때에도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력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으면 한국판 골드만 삭스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불만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는 토종IB들이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토종IB들도 고도 금융기법을 익힌 전문인력 양성과 과감한 해외 진출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출발은 ‘카퍼만 삭스(Copperman Sachs)’에 불과하지만, ‘실버만 삭스(Silverman Sachs)’를 거쳐 한국판 골드만 삭스로 커질 것이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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