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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 자율화, 공은 학교로 넘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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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 자율화, 공은 학교로 넘어왔는데

입력
2008.04.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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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후속 조치로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안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교육부의 계획을 거의 대부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는 이후 다른 지방 교육청들의 입장 설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0교시 수업 금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다 풀었다.

우선 현재도 가능한 영어와 수학은 물론이고 나머지 과목 전체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말이 수준별 이동 수업이지 사실상 우열반 편성이다. 특기적성 교육만 할 수 있도록 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방과 후 학교를 학원이 운영할 수도 있으며, 수능 시험 이후 학원 수강을 학교 출석으로 인정할 수도 있게 했다.

교육부가 15일 자율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적된 문제점들이 이제 교육 현장에서 본격화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정부가 자율화 계획을 재검토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공은 완전히 학교 현장으로 넘어간 셈이다. 교육부가 자율화계획을 발표한 날부터 학교를 학원화하고,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도연 장관은 “여론이 이럴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여론 수렴을 하지 않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당혹감이다. 이번 서울시교육청 발표도 대동소이하다. 원래 교육부 발표 3일 만인 18일을 발표 예정으로 잡았다가 연기했다는 것이 23일, 다시 24일이다. 그 사이에 여론 수렴을 충실히 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학교장들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교장 선생님들은 자율을 학교 운영 최고 책임자가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구체적인 자율화 프로그램을 선택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 특유의 입시 위주 교육 풍토를 생각할 때 개별 학교 단위의 선택이 얼마나 자율적일지 회의적이지만, 지역 학교들끼리도 많은 의견 교환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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