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에는 어느덧 다문화가정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국제결혼이 주류를 이룬 이같은 부부는 2000년 이전 연간 1만 쌍이 채 안 되었으나, 2000년대 초 2만 쌍, 2005년부터는 3만 쌍 이상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년 내 10만 쌍까지 갈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한국인남편의 재혼비율이 2001년 32%에서 2006년에 35%로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이혼남성들이 커다란 경제적 부담 없이 젊고 복종에 익숙한 아시아 여성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다른 추세는 국제결혼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연령차가 점차 커지는 점이다. 1995년과 2006년을 비교하면 10세 이상 차이는 37.7%에서 59.1%로 증가했으며, 20세 이상 차이도 4.6%에서 15.8%로 증가했다. 농촌노총각의 연령이 높아진 원인도 있지만 이혼남성이 재혼할 때 국제결혼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한국인 남성들의 직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006년에 결혼한 농업 종사 남성들 중 약 40%가 국제결혼을 했지만 국제결혼을 한 전체 한국인 남성 중 농업 종사자는 10~15% 수준이었다. 많은 국제결혼 남성들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업 이외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남성의 재혼비율이 늘어나고, 그 결과 연령차가 더 벌어짐에 따라 출산이 줄어 인구정책에 역행하는 듯하다. 아시아 여성들은 자기 나라 풍습에 따라 다산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남편의 고연령으로 인해 출산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또 세대차로 인한 육아와 보육이 젊은 부부에 비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7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은 12만 4,600건으로 2006년의 12만5,000건에 비해 400건(0.4%) 줄었다. 황혼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이 1년 새 40%나 급증했다. 가장 이혼율이 높은 집단이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은 전년(6,280건)보다 40.6%(2,548건) 늘어난 8,828건으로 집계됐다. 앞에서 든 몇 가지 예로 보아 나이차가 많은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이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맞춤형 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보편적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돕는 지원체계 뿐만 아니라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의 저발달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또 경제적 곤란은 아동의 학습과 안전한 성장기회를 박탈해 빈곤을 세습케 할 개연성이 높다.
연령차가 많은 다문화 가정일수록 가정이 파괴될 위험이 높은 현실을 감안, 국가나 사회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가정이 흔들리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세대의 특별보육, 취업여건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관리체계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형화한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분화한 맞춤형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일반 법률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제결혼 가정 및 이들의 자녀를 보호ㆍ지원하기 위한 ‘특별 지원법’ 마련이 시급하다.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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