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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자 루펜리 사장 "뒤따라오는 대기업 보면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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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자 루펜리 사장 "뒤따라오는 대기업 보면 신나요"

입력
2008.04.25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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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처리기 대중화 시대를 활짝 연 ㈜루펜리 이희자(54) 사장은 요즘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가전업계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인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웅진코웨이 린나이 가우디환경 한경희생활과학 등 후발주자가 잇달아 생겨 과당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신이 나 죽겠단다.

“루펜이 잘하니까 그만한 대기업들이 따라하는 것 아니겠나. 내 목표는 매출액이 아니라 전 세계 주부들이 루펜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이 사장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온다. 루펜리는 올해를 ‘글로벌 비즈니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최고 여성발명가상을 받았다. 또 최근 유럽이 주목하는 친환경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아일랜드 그린시티’ 책임자가 직접 찾아와 이 신도시의 모든 주택에 설치하겠다며 1만대 구매계약을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QVC 홈쇼핑에서 방송 25분 만에 1,500대가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달 말에는 일본 최대 할인점 자스코의 4,000여 매장에 진출한다. 대만의 한 홈쇼핑 업체와는 연간 최저 3만6,000대의 수주 요청을 받아놓은 상태다. 중동에도 진출해 올해 2만대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공급한다. 2003년 음식물처리기 루펜을 개발한 지 5년 만에 연간 1,000억원대의 기업을 일궜지만 아직 국내 가구당 음식물처리기 보급율은 3% 남짓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이 사장의 별명은 ‘몽상가’다. 엉뚱한 생각을 잘 하고, 일하고 싶어서 몸살을 내서 남편이 붙여준 호칭이다. ‘재벌 사주’를 타고 나 전용 자가용에 가정부까지 두고 살던 유복한 주부는 40대 후반 외환위기로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집은 물론 보증을 섰던 친정의 다섯 동생들 집까지 모두 빚쟁이에게 넘어갔다. 실의에 빠진 남편 대신 일제 미생물분해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우리 실정에 맞춰 개발해보자는 생각 아래 무역회사에 다니던 남동생을 꾀어 월셋방에서 4년을 끙끙대며 탄생시킨 게 온풍건조방식 루펜이다.

몽상가의 장점은 생각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주부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이 대표는 조직의 유연성을 위해 사내 직급을 파괴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부터 10년을 동고동락한 직원까지 호칭은 ‘매니저’다. 정년도 없다. 일 잘하는 사람은 칠순이 넘어도 근무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손님 접대를 직접 하는 것도 특징이다.

루펜리의 지향점은 종합 에너지환경기업이다. 음식물처리기는 주부들의 고민거리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유익하다. 최근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활성탄 개발도 마쳤다. 이 사장의 최종 목표는 ‘루펜하다=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다’라는 등식을 뿌리내리는 것. 그는 “기업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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