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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평가 토론회/ 46점짜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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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평가 토론회/ 46점짜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라

입력
2008.04.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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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는 24일 서울 수송동 희망제작소에서‘46점짜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라’는 주제로 18대 총선을 평가하고 새로운 선거제도와 선거문화를 모색하는 릴레이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 주제에 나오는 46’은 총선 전국 투표율. 정치적 냉소의 확산,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고 경고하는 숫자다. 토론회는 ▦투표 불참자 54%가 말하는 민의 ▦투표율 하락 막을 제도적 장치 ▦세대간 투표 편차의 원인과 해법 ▦공천과 비례대표제 개선 방향 ▦총선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과제 등 다섯 세션으로 나누어 6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정당과 학계,시민^언론단체, 여론조사 기관, 중앙선관위 등에서 전문가 26명이 참여, 치열하면서도 생산적인 논쟁을 벌였다. 투표율 46%에 내재된 정치불신, 공천제도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도 모색했다.

■ 제1세션. 투표 불참자 54%가 말하는 민의

제1세션 ‘투표 불참자 54%가 말하는 민의’ 토론은 역대 최저투표율에 함축된 메시지를 ‘답안지가 없는 한국정치를 향한 반감의 표출’로 규정지었다. 토론자들은 “단순한 선거 무관심을 넘어 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드러낸 선거”라며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경쟁적 정당체제의 붕괴 위기를 지적했다. 대안으로 야당 견제능력 향상과 비례대표 확대, 새로운 리더십 등이 제시됐다.

찍을 사람이 없었다

토론자들이 분석한 투표불참 54%의 이유는 간단했다. 찍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연대회의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선택지를 주지 못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라고 단언했다. 하 위원장은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해 정체성이 불분명했고, 한나라당도 친박연대로 분열되면서 후보자별로 보면 구별하기가 어려웠다”며 “4년 전에 비해 정당정치는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 정당들이 쇄신공천, 개혁공천이라고 자찬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자신과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후보자들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유권자들이 견제욕구를 갖고 있었지만 견제세력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낮은 투표율이 나왔다”며 “이슈와 정책에 따른 전선을 만들지 못한 정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야당은 무슨 이유로 견제를 하려는지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유권자의 보수화 속에 진보세력의 축은 붕괴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민주화 흐름에 동참했고 진보적 욕구가 강한 유권자들이 가치를 공유할 정당이 없어 뉴타운 등 개인적 욕망을 투표기준으로 삼든지, 아니면 투표를 포기했다는 진단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정치불신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나 의원은 “공천과정의 초점이 MB계와 박근혜계냐로 맞춰지면서 실질적으로 원칙과 기준이 외면됐고 그 점이 유권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욕망투표의 결과라는 분석에 대해선 “민주당도 서울에서 뉴타운 공약을 했지만 유권자들은 표를 주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은 당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야당을 키워라

정당정치의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교수는 야당의 견제능력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야권의 분열을 지적하며 “2010년 지방선거에 대비, 능력있는 인물들을 영입하고 생산적 사회정책을 만들어 여당을 견제할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번 선거는 1987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의 균형추적 성격이 사라진 결과로 나타났다”며 “야당은 기존 정당의 구조를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설정한 이슈 정당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승창 위원장은 보다 야당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았다. 하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국정운영이 난맥으로 이어지더라도 야당이 권력을 되가져올 방법은 별로 없어보인다”며 “야당은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이 의회 개혁을 통해 정치신뢰를 회복하고 시민사회의 견제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당내 권력투쟁과 관련된 견제세력만이 있다는 전제 아래 좀더 건실한 정책적 견제세력을 육성하기 위해선 청문회 절차의 강화, 의회방청의 확대,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 의회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다음 선거에도 20, 30대가 투표하지 않으면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질이 평균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례대표 확대도 대안

비례대표 확대를 돌파구로 삼자는 의견도 나왔다. 유권자들이 현역 지역구 의원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현재 비례대표 54석을 120석 정도로 늘리면 각 정당이 전국적으로 표를 얻기 위해 참신한 비례대표 후보 영입, 정책개발에 사활을 걸게 되며 이것이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비례대표 순위도 전당원 투표제나 개방형 투표제를 통해 결정하면 투표율이 올라가고 정당과 사회단체의 정책연대도 활성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문성이 있다면 비례대표 확대 입장에 찬성한다”고 했다.

정치인, 커뮤니케이션 중요

통합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유권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리더쉽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서울에서 1,000표 이내인 투표율 1%로 승패가 많이 갈렸으며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 중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유권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54%의 유권자 대부분이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민주당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 토론 주제 참가자 명단

사회: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토론: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교수, 하승창 시민사회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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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세션. 투표율 하락 막을 제도적 장치

“선거의 주인이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 자신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투표율은 자연스레 상승할 것이다.”

제2세션을 관통한 중심어는 ‘유권자의 주인의식 회복’이었다.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첫 발제자인 양금석 중앙선관위 공보관은 “이번 총선에서 집중적 홍보활동도, 투표 참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우대제도도 투표율 제고에 큰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 공보관은 “2005년 발표된 전자투표 로드맵에 따라 터치스크린 방식의 투표기기, 전자식 통합선거인명부 등의 개발이 완료돼 있다”며 “정치권의 협의를 거쳐 전자투표가 시행에 들어갈 경우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해져 투표율 상승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 참여자에겐 연말정산 시 세금감면을 해주는 등 우대제도를 내실화하거나 부재자 신고기간, 투표소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투표율 제고방안이 소개되자 토론의 초점은 전자투표제와 선거법 독소조항의 개정문제로 모아졌다.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현재 200여개 국가 가운데 40여개 국이 전자투표를 추진하거나 시행 중”이라며 “안정적으로 시행 중인 국가는 미국과 브라질, 일본 등 5개국 정도”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그러나 “선진국은 기존 투표방식 오류 해결, 후진국은 선거부정 해소 차원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했을 뿐 투표율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전자투표제 실시가 투표율 상승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조 연구원은 “전자투표는 위험성이 있는 만큼 기술발전 수준은 물론 사회적 신뢰와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모든 보안 키를 국정원이 장악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국민신뢰를 얻으려면 선관위의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일색인 현행 선거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투표율 제고방안을 유권자에게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것에서 찾는 것은 미봉책”이라며 “선거법의 독소조항을 거둬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예컨대 지난 대선 당시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UCC규제방침’은 유권자의 입을 다물라는 것”이라며 “유권자가 즐겁게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된다면 투표율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도 “국가가 선거판을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보다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제도적 대안 마련에만 그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교수는 “투표율 급감 현상은 중앙집권적 정치,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식상함의 표현일 뿐 이를 두고 민주주의 일반의 위기라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며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시민참여를 강화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 토론 주제 참가자 명단

사회: 김영명 한림대 교수

토론: 양금석 중앙선관위 공보관,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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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세션. 세대간 투표 편차 원인과 해법

18대 총선은 세대 간 투표율 격차에서도 심각한 고민거리를 남겼다. 특정 연령대의 표심이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했다는 점에서다. 참석자들은 젊은층의 투표율 제고를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총선 당시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연령대별 적극투표층을 분석, “(아직 중앙선관위의 공식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30%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거친 김헌태 경희대 인하대 겸임교수는 “50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과 장ㆍ노년층 사이의 투표율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졌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김헌태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연령대는 정치적 태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므로 특정 연령대의 투표율이 낮아지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정치적 유ㆍ불리로 작동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거 막바지까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던 수도권의 상당수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데는 이 같은 대표성의 왜곡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적잖게 나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참석자들은 젊은층의 기권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는 총선 직후에 실시된 KSOI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치의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물리적 여건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기권의 이유로 ‘개인적 사정’(4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지할 후보ㆍ정당이 없어서’(35.4%)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12.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20대이면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던 김재연 부대변인은 “88만원 세대로 불리며 무한경쟁에 내몰린 20대가 자신을 대변해 줄 정치 세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투표 불참이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란 해석이다.

젊은층의 투표율 제고를 통해 세대 간 투표 편차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김헌태 교수는 17대 총선 당시의 탄핵 문제, 미국의 2004년 대선과 2006년 중간선거 때의 이라크전 논란 등을 예로 들며 “사회적 쟁점과 이슈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노선과 정체성 경쟁을 통해 이 같은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재연 부대변인은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 활성화에 무게를 뒀다. 학칙 개정을 통한 정치활동 보장, 부재자투표소 설치 요건 완화 등이 그것이다. 물론 각 정당이 20대의 정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의 주장은 “20대를 대변해 줄 20대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윤종빈 교수는 좀 더 기능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상품권 제도 도입, 철도나 대중교통 이용 시 혜택, 미니홈피 쿠폰 제공 등 현재 선관위가 추진 중인 투표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젊은층의 욕구와 생활양식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준한 교수는 본질적 문제를 건드렸다. ‘의무투표제’ 도입 문제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단기적 제도 개선만으로는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참여의식을 높이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무투표제를 벌금 부과와 동일시하는 선관위의 시각부터 바로잡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토론 주제 참가자 명단

사회: 장호 전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연구위원

토론: 김재연 민주노동당 20대 후보, 김헌태 경희대 언론정보과 겸임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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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세션. 공천제도와 비례대표제 개선

소수 공천심사위원의 손에 운명이 결정된 18대 총선 공천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또 ‘전국구’(錢國區)로 전락해버린 현재의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제4세션 토론장에선 이 같은 질문을 놓고 참석자들 간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첫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홍재우 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18대 총선 공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향식 공천의 몰락’을 꼽았다. 실제로 16대 대선과 17대 총선 때 상향식 공천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에 비해 이번 총선은 이상하리만치 이런 움직임이나 필요성이 거론되지 않았다.

홍 연구위원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외부 인사가 중심이 된 채 공천심사위라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집단에 의해 후보 선출이 이뤄졌다”면서 “가령 한나라당의 경우 친이명박계 인사들로 채워진 공천 내용과 이 과정에서 이방호 이상득 의원의 역할은 많은 문제를 불러 일으켰고, 정당정치 역사의 커다란 희극으로 자리잡을 친박연대라는 비상식적 정당의 결성까지 불러왔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상향식 공천과 하향식 공천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합하는 방안이다. 그는 “무분별하게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신 중앙당이 지구당의 의견을 수렴해 3, 4인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지구당과 광역지구당에서 1인을 선출하고, 다시 중앙당이 이를 추인하거나 거부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사평론가 고성국씨는 선거를 코 앞에 두고 한 공천이 정치무관심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가령 16대 총선 때는 선거일 약 두 달 전, 17대 총선 때는 약 50일 전 공천이 완료됐지만 이번에는 선거를 약 20일을 남기고 공천을 끝냈다는 것. 고씨는 “이런 상황은 유권자들의 선택권 제한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권 제한을 초래해 여야 모두 엄중하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의 공천 시점을 선거 개시일 두 달 전으로 선거법에 명시하고, 관행적으로 지역구 공천 후 해 온 비례대표 공천을 지역구 공천에 앞서 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례대표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양정례(친박연대) 이한정(창조한국당) 정국교(통합민주당) 당선자 등의 문제가 터진 것은 비례대표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의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장기적으론 지역주의와 결합된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데 이번 일이 터져 그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개선책으로 노동 복지 환경 보건의료 등과 같이 전문분야별로 후보신청을 받고 당내에서 공개적 검증청문회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적어도 선거일 두 달 이전엔 후보 선정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어 “정당의 공식의결기구에서 순위확정투표를 하거나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의 실험처럼 당원과 유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론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54석)을 점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대표가 확대될 경우 인물이 아닌 정당에 투표하게 돼 정당 간 정책 혹은 이념 차이가 중요한 선거변수로 부상한다”며 “많은 나라들이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 졸속공천이나 매석 사태는 각 정당들이 이 같은 비례대표의 정책전문성 강화 기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비례대표 의석은 ‘덤으로’ 얻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성국씨도 “몇 건의 사고 때문에 비례대표 무용론이 퍼지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비례대표의 기능을 정확히 알려 시민단체가 비례대표 100석 확대를 목표로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계현 실장은 비례대표 확대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도시와 농촌 간 표의 등가성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 토론 주제 참가자 명단

사회: 강동호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토론: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 고성국 시사평론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홍재우 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위원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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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세션.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과제

18대 총선에서 언론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과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들은 여론조사 보도가 누가 1위이고 2위인가만 쉴새 없이 전해 주는 ‘경마식 저널리즘’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정작 중요한 선거 의제나 정책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는 뒷전이었다는 것이다. 조사 방법과 보도 태도에 따른 신뢰성 실추 문제와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제5세션 토론자인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여론조사 보도를 통해 언론이 선거 정책 이슈를 선도한 것이 전혀 없다. 일부 언론이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구색 맞추기용으로 질문을 끼워 넣은 게 전부”라며 “특히 1, 2위를 달리는 후보의 지지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나머지 후보들은 선거에서 아예 배제되는 역효과도 나왔다”고 말했다.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는 “특히 뉴타운 공약은 서울지역 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는데 언론이 관심을 갖지 못했다. 민의 현장보다 공중전 보도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 기자는 “다만 총선은 대선과 달리 광역권이나 지역구별 이해 관계가 다른데 대운하 등 특수한 정책을 빼면 정책 지지도 조사가 필요하고 또 가능한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전 국회입법조사관은 이에 대해 “정당이 선거에서 정책을 이슈화할 능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18대 총선에선 같은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별로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이는 여론조사 정확성에 대한 의심을 낳았다. 일각에선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부동층 유권자와 초접전 지역이 전례 없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의 원자료를 보면 ‘뭔가 있는 게 하닌가’ 하는 부분들이 있긴 하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여론조사 보도의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언론이나 조사기관이 다소 무책임한 경향이 있다”면서 “언론들이 판세 종합 분석 보도를 할 때 근거로 쓴 조사 결과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1, 2위 후보가 오차 범위의 접전을 벌이는 결과를 두고 단정적 표현을 쓰는 사례 등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보도 태도는 유권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각 당은 공천심사 때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서 전 입법조사관은 “‘’”“”. 그는 “”“2, 제3의 친박연대가 나올 것”.

방송사의 출구조사 경쟁에 대해서도 “정확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밤 10시면 개표 결과가 대부분 나오는데 몇 시간 동안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김 사무처장) “이름은 출구조사이지만 일부 기관에선 사실상 전화 조사에 의존했다”(임 대표) 등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들은 여론조사 보도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내놓았다. 제도적 방법으로는 “여론조사 보도에서 조사대상과 방법 등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을 선거법 등에 의무화해야 한다”(김 사무처장) “언론사들이 모여 대표성 있는 조사 툴을 만드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임 대표) 등이 제시됐다.

서 전 조사관은 “언론이 당파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했고, 양 기자는 “언론이 정당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정책 공약을 찾아 정책별 지지도나 선호도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 결과가 보도, 소비되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는 요긴하긴 하지만 온전한 도구일 수 없는 만큼 제한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 토론 주제 참가자 명단

사회: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

토론: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서복경 전 국회입법조사관,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사진=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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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청석에서/ 민주주의 앞에 켜진 빨간불

1992년 하바드 법대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 나는 당시 한창 논쟁이 되고 있었던 한국정신대 문제에 관한 강의를 하러 미국의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때 난 미국 서부 LA USC와 동부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신대문제를 연구하는 미국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한국 여성의 피해는 전쟁범죄나 여성인권을 연구하는 많은 법학도와 여성학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과거 한국의 역사적 사건이 현대 미국 학도들의 관심이 되고, 논문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세계의 각종 다양한 문제들이 이 ‘용광로의 나라’에서 용해되고 분석되고 그리고 대안이 강구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거기에 미국을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의미있는 사건들을 정리하고, 거기에 함축된 메시지를 찾고, 대안을 논의하는 데 미국의 저력이 있었던 것이다.

난 외국여행을 할 때면 꼭 서점을 둘러본다. 일본에 가서 서점에 들르면 깜짝 놀라곤 한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찾다보면 어떻게 이런 것까지 책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것까지 책으로 정리돼 있다. 웬만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한 달이 되기 전에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일본 미국 등 앞서가는 나라에서는 그 사회에 유의미한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분석, 정리해서 역사적 교훈을 찾는 일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9일 치러진 총선은 한국사회의 향후 4년, 아니 10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였다.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중요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4ㆍ9총선은 특별히 복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46%의 저조한 투표, 세대간 심각한 투표 편차, 한나라당과 보수적 정치세력으로의 지나친 쏠림현상, 여전한 하향식과 닫힌 공천, 비례대표의 불공정한 선정, 여전한 지역주의, 전근대적 돈 봉투 거래의 온존 등 이루 말하기 어려운 퇴행적인 선거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56%의 다수국민이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를 외면하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정치와 정치인, 정당의 불신과 무관심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심각한 상황은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장래까지 위협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암담한 결과가 나온 투표일 이후에도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도 그 원인과 대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며칠간 선거의 결과와 원인을 분석하고 형식적인 기사를 내보내는데 그쳤고 빠르게 다른 사회현안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이렇게 지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와 한국일보가 이번 선거가 남긴 과제를 천착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심도있게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자투표의 도입, 선거법 독소조항의 개정, 정당의 개혁과제, 투표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하나하나 깊은 연구를 거쳐 우리 사회에 도입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 정치, 우리 선거, 우리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 풍성한 열매로 열리기를 바란다.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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