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당연히 M&A에 성공하거나 또는 방어에 성공한 측만 이긴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M&A 자체가 주가를 치솟게 만들어 양측의 보유 주식가치를 불려주기 때문. 그러나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일반투자자는 희생양이 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마르스1호펀드의 공개매수가 불발로 끝난 ‘샘표식품’이 대표적인 사례. 마르스1호펀드는 공개매수로 샘표식품 주식 89만주를 매집해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청약 주식수가 이에 크게 못미쳐 마르스1호펀드는 기존 보유지분(29.97%)를 포함, 총 31.98%의 지분을 갖는데 그쳤다.
하지만 공개매수 실패에도 불구, 마르스1호펀드는 상당히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르스1호 펀드의 기존 샘표식품 보유주식수는 133만1,695주(29.97%). 공개매수 선언 직전인 3일 종가(1만8,150원)로 따져볼 때 해당 지분가치는 241억7,026만원이었다. 그러나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주가는 3만원대까지 수직상승해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간 다음날인 24일 샘표식품의 주가는 전일대비 11% 급락했지만, 그래도 마르스1호펀드의 해당 지분가치는 355억7,026만원을 기록했다. 주식공개매수에 들어간 26억원의 기회비용으로 2주만에 약 114억원을 건진 셈.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얘기가 다르다. 일반 투자자들이 몰려 샘표식품 주식 거래량이 전날 대비 300배 이상 늘어난 4월8일 종가는 벌써 2만9,500원이었다. 이때부터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은 24일 종가(2만6,700원) 기준으로 주당 3,000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25일부터 지분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제일화재도 마찬가지.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인수제안서의 시한이 이날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제일화재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거부 답변을 낼 가능성이 커 공격자로 나선 메리츠화재와, 백기사를 자청하고 나선 한화가 각각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8,000원에도 못 미치던 제일화재의 주가는 24일 1만9,50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메리츠화재 측은 제일화재 지분을 평균 1만원대에서 매입해, 이미 주당 약 9,000원의 이득을 취했다. 일반 투자자들도 22일(종가 1만7,950원)부터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공개매수 경쟁이 시작되면 제일화재 주가는 좀더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전문가들은 추격매수하기엔 위험한 시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제일화재의 시가총액(5,100억원)은 이미 자기자본(1,100억원)의 5배 가량이라 보험사 중 가장 비싼 수준”이라며 “지금부터는 오히려 주식을 팔 시점을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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