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협력을 제공했음을 확인시켜주는 비디오테이프 등 물증을 갖고 있으며 이를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미 의회에 설명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당국이 시리아의 '알 키바르' 비밀 핵시설 내부를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이 핵시설 내의 원자로가 북한의 영변 원자로를 모델로 건설된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비디오테이프에 따르면 시리아 핵 원자로는 외부 생김새가 북한 영변 원자로와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원자로 노심에 핵 연료봉을 장착하는 구멍의 수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프에는 시리아 원자로 시설에서 북한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은 24일 미 의회 정보ㆍ외교ㆍ국방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고 북_시리아 간 핵확산 협력 의혹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핵 신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간에 진행되고 있는 막바지 협상에도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브리핑이 미 국무부나 국방부가 아닌 CIA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확산 활동 및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신고에 대한 일정한 양보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추진해온 국무부의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북_시리아 간 핵 협력에 대한 물증을 제시했다는 것은 북한측이 이에 대해 해명하고 검증을 받아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 온 북한은 크게 반발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 정보요원이나 시리아 내 이스라엘 첩자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테이프에도 불구, 북_시리아 간 핵협력이 어느 단계까지 진척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라늄 등 핵연료를 시리아에 건네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문제의 시리아 원자로가 핵연료를 사용해 가동됐거나 사용후 핵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이 추출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 핵시설이 완전 가동되기 이전의 건설 단계에서 지난해 9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됐기 때문에 더 이상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미 정보당국의 대 의회 브리핑도 북한이 앞으로 핵확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할 경우, 과거의 핵확산 활동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사전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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