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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이씨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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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이씨왕조

입력
2008.04.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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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과하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드문드문 까먹지만 몇 시간을 통째로 까먹는 경우도 있다. 벗 갑돌은 전형적인 후자 유형이다. 어제도 눈이 풀린 걸로 보아서 몸은 놀고 있지만 머리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갑돌은 쇼를 했다. 갑돌의 괴력난신 쇼를 한두 번 겪어본 사람들은 “쟤, 또 저러네!” 하고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당황하고 겁먹은 눈치였다.

다음날 갑돌이 “나 어제 별일 없었지?” 하기에, 간밤의 활약상을 하나하나 말해주었다. 갑돌은 전화기 저쪽에서 “아, 부끄러워! 다시는 술 안 마실 테야!”하며 괴로워했다. 딴에는 반성을 하는 것인데, 또 건수만 생기만 술 마실 테고, 과하면 어김없이 필름 끊길 거라는 걸 익히 알기 때문에, 썰렁한 개그로 들릴 뿐이다.

초일류 기업의 속이 빤히 보이는 반성도 썰렁한 개그처럼 들린다. 옛날 상왕들처럼 ‘국본’이 권력을 장악할 때까지, 숨어서 지배하겠다는 소리밖에 더 되는가? 북쪽에는 김씨왕조가 있고 남쪽에는 이씨왕조가 있다는 건가? 특검 자체가 비싼 술을 과하게 마시고 필름이 끊겨 버린 사람들이 벌이는 괴력난신 쇼 같았다. 이씨왕조의 노골적인 승계 때문에 홧술 마시는 분들 많겠다. 부디, 기억을 잘 챙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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