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38)이 등장한 샴푸 광고를 잊지 못한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바이올린 선율 만큼이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그는 대중스타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몇 년 새 한국을 찾아오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다음달, 6년 만에 국내에서 음반(유니버설뮤직)을 낼 뿐 아니라 3년 만의 리사이틀도 연다는 것. 때맞춰 한 TV 광고에서도 다시 그의 모습이 보였다.
24일 김지연은 미국 피츠버그에서 전화를 받았다. 피츠버그 심포니와의 모차르트 협주곡 3번 협연을 위해 막 리허설을 마쳤다고 했다. '광고 속 모습이 여전하더라' 했더니 웃으며 어린 시절 기억 하나를 꺼냈다.
"어릴 때 머리 갖고 장난을 자주 했는데, 엄마가 바이올린 연습에 방해된다고 숏커트로 자르게 하셨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그때 이후로 머리는 절대 안잘라요."
그는 지난해부터 댈러스에 살면서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연주 여행을 가는 곳에서 직접 학생을 선발해올 만큼 열성적이다.
그는 "줄리아드 시절 스승인 도로시 딜레이나 강효 선생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연주 활동과 병행하려니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공부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과 공연의 타이틀은 <세레나타 노투르노> . 세레나데와 녹턴의 이탈리아어다. 연인을 위해 부르는 노래 세레나데와 야상곡을 뜻하는 녹턴이 합쳐져 '연인을 위한 밤의 노래'가 됐다. 세레나타>
슈베르트, 구노의 <세레나데> 와 쇼팽, 차이코프스키의 <녹턴> 등 대중이 좋아할 만한 아름답고 감성적인 곡들을 골랐다. 그는 "오랜만의 음반인데 왜 이지 리스닝을 택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음반보다 많이 고민하고, 신경썼다.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목소리와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녹턴> 세레나데>
한 곡 한 곡 설명을 해나가던 김지연은 푸치의 <기도> 대목에서 2년 전 남편과 헤어졌다는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음악이 사랑으로 인한 절망에 위안을 줬고, 그런 경험이 다시 음악이 됐어요." 잠시 가라앉았던 목소리는 토셀리의 <세레나데> 를 이야기할 때 다시 밝아졌다. 세레나데> 기도>
비행기 안에서 만난 사업가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는 "첫 데이트 때의 날아갈 듯한 기분을 담아 레코딩한 곡"이라며 웃었다. "그동안 인생 경험도 많이 했고, 사랑이 무엇인가도 조금은 알게 됐거든요. 음악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쁠 때는 더 큰 기쁨을, 슬플 때는 위로를 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5월 19, 20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그는 음반 수록곡 뿐 아니라 차세대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함께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프랑크의 소나타는 사랑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어요. 1악장은 사랑의 불확실함과 미묘함, 2악장은 뜨거운 정열적 사랑, 3악장은 죽을 것 같은 사랑의 아픔, 4악장은 사랑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죠." 이 곡은 프랑크가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 축하 선물로 준 작품이다. 그렇다면 혹시? "글쎄요.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요." 환한 웃음이 뒤따랐다.
그는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 등 한국에 자주 올 생각이다. 한국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고 좋은 학생이 있으면 제자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대답은 솔직하고 털털했다. "저는 긴 계획을 안세워요. 실망하기 싫어서요. 짧고 알뜰하게 계획을 세우고, 대신 꽉꽉 채워서 살고 싶어요." 공연 문의 1577-5266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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