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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짝퉁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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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짝퉁 한나라당

입력
2008.04.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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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행보가 한심하다.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참패가 애처롭기는 하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을 부정하면 국민 지지를 받을 줄 알았던 것이 착각이었다. 오히려 노무현 지지표라도 제대로 챙겼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지 모른다. 아무런 정체성도 없이 눈앞의 이익만 좇아 헤매는 모습이 국민의 혐오만 쌓았다.

■ 정체성 없는 민주당의 연패

최근 대선과 총선 결과를 두고 흔히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 교체가 되었다고 하는데, 매우 잘못된 말이다. 왜냐하면 민주당 세력은 한 번도 진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였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보수였다. 그의 가장 큰 잘못이 정치 쟁점에 몰두하고 민생을 돌보지 않으면서 좌충우돌 행태로 혼란을 부추긴 것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그의 ‘좌파 진보’ 성향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호도하기도 했다. 보수 언론의 역할이 막강하였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 인사들마저 그의 실패가 ‘진보’ 정책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그들은 짝퉁 한나라당이 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가장 상징적인 일이 한나라당 경쟁에서 밀리자 민주당으로 날아온 손학규 씨가 대표가 된 일이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경쟁 정당의 탈락자를 정당 대표로 영입한다는 일이.

손학규씨는 ‘새로운 진보’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결코 진보 인사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인기가 높아가자 대선 후보고 총선 후보고 간에 모두 한나라당 모방하기에 급급했다. 노무현 정부 기간에 남아 있던 진보적 색채를 모두 빼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떻게 짝퉁이 정품을 이길 수 있겠는가? 승부는 시작부터 정해져 있었다.

한국은 한 번도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룬 적이 없다. 언제나 보수가 우세했다. 진보의 힘이 가장 셌던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도와 진보를 합치면 보수와 비슷한 세력을 이룰 수 있다. 이들을 지지세력으로 확보하는 것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순정 진보는 진보 정당에게 맡기고, 보수는 한나라당에게 양보하고, 그 사이의 30~40%에게 호소하는 것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말로만 중산층ㆍ서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확실한 정책을 보여라. 확실한 중산층ㆍ서민 정당이 되라!

뉴타운 공약이 인기를 끄니까 민주당 후보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한국 토종이 탱고로 아르헨티나와 대결하겠다고? 될 법이나 한 일인가? 낙선한 유인태 후보는 이를 두고 “부끄럽다”고 했는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있기에 민주당이 조금은 덜 부끄럽다.

한나라당의 노선은 성장, 경제, 개발이다. 진보정당들의 노선은 노동권 확보, 소수자 보호등이다. 민주당의 노선은 안정, 민생, 복지, 균형, 삶의 질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복지 확대, 주거 안정, 물가 안정, 사교육비 경감, 고용 확대를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 한나라당과는 분명히 다르다.

■ 확실한 중산층ㆍ서민정당 돼야

일부 겹치는 목표도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화복지 국가, 행복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지금 성장, 개발이 인기를 끈다고 덩달아 춤을 추면 언제나 패배할 뿐이다.

인기는 오고 간다. 언젠가는 민생, 복지, 삶의 질에 유권자들이 눈을 돌린다. 그때를 대비하여 민주당은 철저한 노선 정리와 뚜렷한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 덩달이 짝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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