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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니제르 '21세기 노예국' 질곡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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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니제르 '21세기 노예국' 질곡 벗나

입력
2008.04.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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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노예국’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진정한 노예해방의 향방이 오는 10월27일 가려질 전망이다.

올해 24살의 노예출신 여성 아디자투 마니 코라우가 4년 전 노예제를 금지한 니제르 정부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법원에 제소한 사건의 선고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14일 AFP통신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아미나타 말레 사노고 판사는 “10월27일 ECOWAS 본부가 위치한 나이지리아 라고스가 아닌 니제르의 니아메이에서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을 겪은 뒤 소송을 제기한 코라우는 12살 어린 나이에 366유로(약 60만원)로 투아레그 노예상인에 팔렸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결국은 니제르 중부에 사는 전통치료사의 5번째 노예 아내가 됐다.

지난 7일 시작된 심리를 위해 법정에 출두한 코라우는 “남편과 사는 동안 늘 매질에 시달렸고 ‘팔려온 신분’이라는 사실을 귀에 못박히도록 들으면서 갖은 학대를 이겨야만 했다”고 눈물로 증언했다.

코라우는 “ECOWAS 법원이 내가 노예주들에게 이길 수 있도록 정당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노예로 일하면서 당한 손해의 보상으로 5,000만 아프리카 CFA 프랑(11만8,100달러)을 함께 정부 측에 청구했다.

수백년 계속된 니제르의 노예제도가 표면화한 것은 2001년으로 수도 니아메이에서 개최된 국제노동기구(ILO) 포럼에 참석한 일부 추장들이 여러 지역에 노예제의 악습이 남아있다며 이의 철폐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바로 전세계의 비난 표적이 되자 니제르 정부는 2003년 서둘러 형법을 개정하고 노예소유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최소한 법률상으론 위반자에 최고 징역30년의 중형이 선고되지만 실제로 코라우같은 이들은 노예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당국이 관습법을 인정하는 식으로 노예의 존속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들의 해방은 요원하기만 했다.

노예금지법을 통과시킨 주역으로 10여년 동안 노예제 폐지운동을 꿋꿋하게 전개해온 ‘티미드리아(Timidria: 현지어로 우애)’도 코라우가 제기한 재판의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COWAS 법원의 결정은 법률적으로 강제력이 없고 당해 회원국에 권고나 경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과 보상 명령은 내리는 게 가능하다.

코라우의 호소를 재판부가 받아 들이면 노예의 존재를 부인해온 니제르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위신을 크게 실추하면서 실질적인 노예제 폐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판결이 내려질 경우에는 그나마 니제르에서 노예제 철폐의 불씨를 지펴온 티미드리아는 해체의 길을 가야만 한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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