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은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다. 신흥 증권사의 잇따른 탄생 예고,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으로 업체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업종별 경계는 무너지게 된다. 좁은 국내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이전거전(以戰去戰 ㆍ전쟁으로 전쟁을 막다) 방식은 자칫 공멸을 부를 수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영토(블루오션)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각 업체는 핵심전략을 담은 브랜드까지 내걸고, 해외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영토 확장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대우증권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브랜드는 ‘글로벌 얼라이언스’(Global Allianceㆍ세계적 협력체)이다. 세계적 협력체란 이름처럼 중국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이머징(신흥) 국가’의 대표 금융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영역 역시 IB 자산관리(WM)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등 다양하다. 물방울이 모여 강이 되듯 아시아 및 남미 국가의 최고 금융회사와 연합함대를 구축, 글로벌IB와 경쟁한다는 청사진이다.
해외 네트워크는 슬슬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엔 13년 만에 인도네시아 기업의 해외교환사채 발행업무를 주관했고, 지난해엔 브라질 선물거래소의 기업공개(IPO)투자에 참여해 20%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올해는 인수ㆍ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해외 투자, 동남아 및 중국에 대한 부동산 및 자원개발 투자 등 투자 규모(1조원 가량)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 실크로드’ 개척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2005년 이후 중국 베트남 동남아 러시아를 잇는 4대 금융허브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금융의 세계화 전략을 밝히고 이를 착실히 이행해나간 유상호 사장의 공이 크다. 올해 10월엔 베트남 합작증권사가 영업을 시작하고 중국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이슬라믹 파이낸스(이슬람 금융)시장 진출, 자원개발 사업 추진도 서두르고 있다.
대신증권은 아시아 각국의 주식을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위탁 매매하는 ‘아시아 대표 브로커리지 증권사’가 목표다. 일본 금융기관과 제휴를 적극 추진한데 이어 중국(지난해) 베트남(올해) 등 아시아 각국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제휴사업의 첫번째 성과인 ‘일본주식거래 서비스’는 이미 제공중이다. 대신증권은 아울러 런던 뉴욕 등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 현지 거점을 설립, 장기적으로는 글로벌IB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중동의 아부다비 국립은행(NBAD) 관계자를 초청, 국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중동지역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중동지역 투자 현황 및 유망 투자상품이 소개됐다. 남들은 아직 넘보지 않고 있는 사막에서 노다지를 찾고 있는 셈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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