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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직격탄… 치킨이 울고 있다

입력
2008.04.2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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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37)씨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치킨을 시켜 먹으려다 포기했다. TV에서 조류독감(AI)이 확산일로에 있으며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고온에서 요리하면 AI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왠지 닭 요리를 먹기가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ㆍ유통업계가 조류독감(AI) 불똥을 맞고 있다. ‘생쥐깡’, ‘칼날 참치캔’ 등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오뉴월 서리격인 ‘4월 AI’까지 가세해 매출 타격이 만만치 않다. 반면, 닭고기의 대체재인 돼지고기와 유기농, 웰빙 상품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7~13일 롯데마트의 닭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나 줄었다. 이마트도 닭고기 매출이 전주에 비해 25% 가량 급감했으며, 오리와 계란도 각각 10%와 5% 줄었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도 121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지난 주에 비해 닭꼬치(-43%), 닭불갈비삼각김밥(-16%), 케이준버거(-15%) 등 닭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었다. 오픈 마켓인 G마켓의 경우 AI 첫 발생 시점인 1일을 기준으로 닭과 오리 제품 판매건수가 20% 이상 줄었다.

특히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육가공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조류독감 발생지인 전북에 농장을 갖고 있는 국내 1위 닭가공업체 하림은 AI 발생 이후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고, 마니커도 학교 급식이 일부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의 돼지고기 매출액(4월 7~13일)은 전년 동기에 비해 20% 가량 증가했고,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파이 ‘굿모닝치즈맛’과 ‘굿모닝두유맛’ 매출도 전주보다 각각 20%와 12% 늘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닭고기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학교와 학원가 주변의 치킨 제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요즘 식품위생 문제가 핫이슈가 되다 보니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과 웰빙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AI 불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롯데마트는 8일부터 가열 처리된 훈제 오리를 제외한 통오리와 정육 등을 매장에서 철수시켰고, 마니커는 경기지역 농장에 대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방역에 힘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업계에선 그나마 AI에 대한 학습효과 탓에 피해가 예상보다 작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BBQ 김영하 실장은 “최근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AI가 호흡기로 전염되는 병인데다 고온에서 요리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다”며 “과거 같으면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을 상황인데도 아직까지 메가톤급 충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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