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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군 '바스라의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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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군 '바스라의 치욕'

입력
2008.04.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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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도망치거나 적군과 내통하고, 아예 투항하기까지...’

지난달 바스라 진압작전에 나섰다 꼬리를 내린 이라크 정부군의 오합지졸 양상이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의 치안력을 키운 뒤 미군을 철수하겠다던 미국으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바스라 진압작전 당시 전투를 거부하거나 도망쳤던 군인, 경찰 등 1,300명을 13일 파면키로 했다. 바스라 지역에서만 군인 500명, 경찰 421명이 파면됐으며 장성급 등 고위 지휘관 37명도 포함됐다.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달 말 반미 시아파 무장조직 마흐디 민병대의 근거지 바스라에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전개했을 당시 나돈 ‘정부군 일부가 민병대에 투항, 총부리를 거꾸로 돌렸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타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1,000여명의 정부군이 반란을 일으켜 민병대에 차량과 무기를 넘기기까지 했다”고 시인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한 말리키 총리는 결국 “마흐디 민병대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꼬리를 내려 체면을 구겼다.

이런 모습은 이라크가 미국과 친미 이라크 집권세력의 뜻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바스라 작전 실패는 마흐디 민병대를 이끄는 알 사드르의 지지세력이 이라크 남부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고, 급조된 이라크 정부군에도 광범위하게 침투해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이라크 정부군 재건에 220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이라크 군의 준비태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나 이라크 정부는 이대로 가면 10월 지방선거에서 사드르당에 대패, 남부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바스라 작전에서 실패한 뒤 정치적 압박 카드를 꺼냈다. 수니파와 쿠르드족 정치세력과 제휴, 사드르당이 마흐디 민병대를 해산하지 않으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드르측이 민병대를 해산하지 않고 군사적 저항을 계속하면 선거 자체를 취소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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