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할3푼5리(52타수 7안타), 무홈런, 2타점.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2군으로 추락한 이승엽(32ㆍ요미우리)은 “나도 모르게 밸런스가 무너졌다. 내 스타일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다”며 괴로운 심정을 짧게 전했다.
자신도 부진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일본의 스포츠호치와 닛칸스포츠 등 스포츠전문지들은 14일 이승엽의 2군행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승엽이 요미우리 이적 후 부상 외의 이유로 2군에 내려간 건 처음이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말 수술받은 왼 엄지손가락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수술 후 착실한 재활을 거쳐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가 곧바로 대표팀에 발탁돼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섰다.
당시 이승엽은 손가락의 충격을 흡수하는 고무밴드를 착용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지만 발군의 활약을 했기에 후유증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깊은 타격 부진에 빠졌다. 닛칸스포츠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로 빗맞은 파울 타구를 낼 때 손가락에 충격을 준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결국 대표팀에서는 이승엽의 스윙 스피드로 제압할 만한 한 수 아래의 투수들을 상대했기에 느끼지 못했던 후유증이었던 것이다.
또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시범경기에 2경기만 출전한 뒤 시즌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전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에 올림픽 최종예선에서의 활약은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서 큰 심적 부담도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엽은 2군 강등 전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폼 하의를 걷어올리던 것도 내리고, 스파이크도 바꿔보는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온갖 치유책을 강구했지만 약이 되지 못했다.
요미우리의 시노즈카 타격코치는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이승엽 본인이 가장 괴로울 것이다. 2군에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일단 10일간 2군 경기에 출전하면서 김기태 2군 코치와 함께 타격 밸런스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도쿄=양정석 객원기자(일본야구전문) jsyang0615@hotmail.com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