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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2300년 이어온 남방의 佛心에 마음을 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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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2300년 이어온 남방의 佛心에 마음을 씻다

입력
2008.04.2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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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행을 짓지 말고 선행을 하라. 그리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

2,500여년 전 인도 북동부 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의 이러한 가르침은 크게 두 갈래로 세계에 전파됐다. 인도 북서부를 거쳐 티베트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해진 북방불교와 인도 남쪽 스리랑카를 거쳐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으로 전해진 남방불교다.

북방불교는 2세기경에 성립된 대승불교를 주로 받아들인 반면 남방불교는 인도 고대 언어인 팔리어로 된 경(經)을 통해 초기불교를 순수하게 보존하고 있는 테라바다(Theravadaㆍ상좌부) 불교로 최근 한국 불교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5박6일 동안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이 이끄는 순례단과 함께 스리랑카의 주요 사원을 둘러보았다.

"붓당 사라낭 가차미, 담망 사라낭 가차미, 상강 사라낭 가차미…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法ㆍ진리)에 귀의합니다. 승가에 귀의합니다…" 19일 오전 8시 콜롬보 시내 강가라마 사원. 음력 보름인 포야(Poya)데이를 맞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흰옷을 입고 사원을 찾아 불상 앞에 꽃을 올리고 팔리어로 예불을 하고 있었다.

인구의 70%가 불교 신자인 스리랑카는 부처가 태어나고 깨달음을 얻고 열반한 보름날을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오전 10시 대통령궁 앞에서도 흰옷을 입은 시민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매달 포야데이마다 대통령은 스님들과 신자들을 초청해 법회를 갖는다고 한다.

한달 전 대통령궁 안에서 정부와 내전중인 힌두교도 타밀족 반군의 테러로 장관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이날 법회를 치렀다. 포야데이 법회는 TV로 전국에 중계된다.

사원이 무상 교육을 한 전통에 따라 대학까지 모든 학교와 병원이 무료다. 기원전 3세기 중엽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는 스리랑카의 정치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쳐 인구의 다수인 싱할라인들은 민족과 국가, 불교 셋을 동일시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중북부의 고대 도시 아누라다푸라는 스리랑카 불교신자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린다. 인도 아소카 왕의 아들로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한 마힌다 스님이 머물렀던 석굴이 있는 미힌탈레, 첫 불교사원 이수루무니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인 스리마하보디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수루무니야 사원에는 자연 석굴을 파내 조성한 불상과 마힌다 스님의 여동생인 상가미타 스님의 사리탑이 있다. 불상을 보호하고 있는 유리창은 1983년 조계종이 선물로 보내준 것인데 상태가 양호했다.

스리랑카 불교신자들은 상가미타 스님이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바로 그 보리수의 가지를 가져와 심은 보리수인 스리마하보디와 캔디의 달라가 마리가와(佛齒寺ㆍ불치사)에 있는 부처의 치아사리를 부처와 동일시한다.

가야의 보리수는 후에 말라죽어 이 곳의 보리수 가지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2,300년 된 가지는 받침대로 버티고 있다. 순례단은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즉석 법회를 가졌다.

부처의 치아사리는 4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그리고 가뭄이 들 때 일반에 공개된다. 부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침, 점심 때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사원에서는 부처에 대한 공경의 표시로 신발을 벗고 모자나 우산을 쓰지 않는다.

순례단은 폴론나누아의 80m 폭의 거대한 바위에 대형 불상 4개를 새겨진 갈 비하라, 부처가 재세시에 방문한 곳으로 스리랑카인들이 믿고 있는 캔디의 켈레니아 사원 등도 둘러보았다.

여러 사원에서 신자들이 팔리어로 된 경을 암송하거나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자들 모두 학교와 사원의 일요불교학교에서 팔리어를 배워 '담마파다(법구경)' 등 팔리어로 된 경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 불교는 시암종, 아마라뿌라종, 라?처컨?등 3개 종파가 있으며 스님들은 약 3만명 정도다. 순례단과 동행한 한국-스리랑카불교교류협회 회장 웨가다 스리네와스(56) 스님은 "삭발할 때 눈썹까지 미는지, 가사를 입을 때 양쪽 어깨를 다 덮는지 여부 등 약간의 관습 차이만 있을 뿐 3개 종파 모두 상좌부 전통으로 계율이나 교리에 차이가 없다"면서 "상좌부 불교국가 중 미얀마는 수행, 태국은 계율, 스리랑카는 교학의 전통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부처의 가르침은 열반 후 첫 결집에서 경율론(經律論) 삼장(三藏)으로 정리돼 스님들의 암송으로 전승되다가 기원전 1세기 스리랑카에서 처음으로 싱할리어로 기록돼 문자화됐으며 5세기에 붓다고사 스님에 의해 팔리어로 번역돼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스리랑카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보존해온 역사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남방불교를 '소승'으로 폄하해온 한국 불교계 일각에서도 남방불교의 이러한 전통에 주목하고 있다. 켈라니야 대학 철학과 다야 에디리싱혜(60) 교수는 "한국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 100명 정도의 한국 스님들이 스리랑카의 여러 불교대학과 사원으로 유학을 와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가난하지만 12세기 이후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고, 450년간 포르투갈 영국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2,300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단절되지 않고 전해 내려온 불교 전통이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

콜롬보(스리랑카)=글ㆍ사진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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