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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더이상 눈요기가 아니다 "경제 효과를 창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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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더이상 눈요기가 아니다 "경제 효과를 창출하라"

입력
2008.04.2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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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모터쇼 개막일인 21일 오전 8시. 베이징 외곽 순이(順義)구 톈주(天竺)의 ‘신중국국제전람센터’로 향하는 왕복 4차로 징순(京順)로는 전시장까지 5∼6㎞를 앞둔 지점부터 교통체증으로 꼼짝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3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를 2시간여 만에 도착했으나, 출입구 전체가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마비 상태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관람객들이 수백m 줄지어 서 있을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 면적이 18만6,000㎡(5만6,000평)나 되는 전시장 내부도 관람객들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터쇼가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국가 및 지역경제 특수를 불러 일으키는 비즈니스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베이징모터쇼만 해도 5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이번 모터쇼를 보기 위해 중국 내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 바이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베이징 시내 호텔방이 모두 동이 났다.

외국인과 현지인 등 수백만명의 관람객 유치는 제쳐놓더라도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완성차 업체 30개사와 부품 등 관련업체 1,800개사가 참여해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베이징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모터쇼는 ‘라스베이거스 쇼’와 같은 볼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수출, 투자유치 등 경제 효과를 중시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스위스 제네바의 모터쇼가 ‘세계 4대 모터쇼’로 인정 받는 것도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유일하게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국가에서 개최되는 제네바모터쇼는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모터쇼로 유명하다.

다른 모터쇼와는 달리 매년 열리는 이 모터쇼는 3월 초를 전후로 스위스는 물론, 인근 독일의 호텔까지 예약이 다 찰 정도로 특수를 누린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완 상무는 “스위스는 모터쇼를 통해 외화획득과 고용증대, 국제수지 개선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모터쇼는 국제회의 용역, 항공ㆍ여행업, 회의관련 기타산업 등 서비스 산업의 특수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터쇼는 관광객 유치와 수출 등 눈에 보이는 경제 효과도 상당하지만, 미래의 경제 잠재력을 뽐내는 기회도 된다. 베이징모터쇼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거대한 중국시장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생산 888만대, 판매 879만대의 실적을 기록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번 모터쇼에 1,800개나 되는 중국 기업과 225개 외국 업체가 참가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힘’과 무관치 않다. 아우디코리아 트레버 힐 사장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 다퉈 베이징에 모인 것도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파워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양대 모터쇼인 서울과 부산모터쇼는 어떤가. 관람객 유치에선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비즈니스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의 관람객 수는 99만2,000명으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조직위가 자체 평가한 1조원의 경제 파급효과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음달 3일 개막하는 부산모터쇼는 10개국 153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며, 상담액 9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한 경제 효과는 2006년(2,275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2,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터쇼가 전시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려면 우리 만의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치밀한 준비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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