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성장의 고비마다 핵심 전략을 내놓은 이건희 회장의 퇴진으로 그룹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그간 삼성에 내준 시장을 되찾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2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의 ‘후 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결정에 따른 삼성의 ‘리더십 부재’ 우려감이 이틀 연속 증시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오너-전략기획실-계열사’라는 3각 편대의 관리 경영에 익숙했던 삼성은 ‘리더십 부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위협에 대한 노출과 특유의 ‘스피드(Speed)경영’ 실종 가능성이다. 삼성의 후계구도와 그룹 지배구조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경영 체제의 약화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에 가까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을 적대적 M&A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위험이 높다.
삼성물산은 2004, 2005년 글로벌 펀드의 적대적 M&A 시도에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2003년 SK그룹에 대한 크레스트 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는 최고경영자(CEO)의 공백기간 중 발생했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적대적 M&A에 대한 제도적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나 펀드의 공세가 시작될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경영쇄신안에서 밝힌 ‘그룹 계열사 간 공조를 통한 경영권 방어’가 느슨해질 경우 아무리 삼성이라 해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경영의 강점인 빠르고 결단력 있는 사업 선정과 적시 투자결정이 약화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성도 점쳐진다. 길현창 전 모토로라코리아 사장은 “삼성전자를 태동시킨 반도체와 휴대폰, LCD 등에 대한 투자결정은 오너 경영체제의 산물”이라며 “‘타도 삼성’을 기치로 내건 일본 등 주요 경쟁국 기업의 삼성포위망이 현실화한 시점에서 오너의 부재는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오너의‘스피드 경영’이 실종된 상황에서 투자 타이밍의 실기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IT산업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리더십 부재’로 구심점을 상실한 계열사들이 장기적인 미래전략보다는 단기 실적 쌓기에 매달리는 ‘근시안 경영’도 삼성이 피해야 할‘덫’이다. 또 전략기획실 폐지에 따라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시 구조조정 기능과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新樹種) 사업 선정 등을 담당할 조직의 신설도 시급한 과제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브랜드 관리와 그룹 경영노하우를 그룹 내외로 전파하는 인프라 구축, 인재와 돈 등 자원의 배분과 공유기능의 상실은 당장 일선 현장에서‘리더십 부재’에 따른 후유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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