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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체성' 대신 '주홍글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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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체성' 대신 '주홍글씨'만…

입력
2008.04.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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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이 당의 진로를 놓고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념과 노선의 재정립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논쟁은 뒷전이다. 대신 당권을 향한 계파적 이해 관계만 차고 넘친다. 정체성 논란의 외피를 썼지만 그 논의의 정체 자체가 불분명한 것이다.

정체가 모호한 정체성 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열린우리당 색깔 빼기’라는 주장이다. 이는 총선 직후부터 구 민주당계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다. 81석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외면에서 찾는 것이다. 박상천 대표의 한 측근은 “‘도로 열린우리당 공천’이 됐을 때부터 총선 참패는 예견됐던 것”이라며 “이제 국정파탄 세력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급진좌파 세력 대신 중도개혁 세력이 당의 간판이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도개혁’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사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나 금산분리 완화 여부 등 민감한 현안에서 당내에서 가장 우파적이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부동산세제, 재산세 공동과세 등에 대한 입장도 불분명하다. 당연히 “당권 장악을 위한 정치선동”이란 비판이 나온다.

‘호남당 전락 우려’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렇잖아도 세가 급격히 위축된 마당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 민주당계가 당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네거티브로, 주로 수도권에 포진한 손학규 대표 측에서 나오는 얘기다. 구 민주당계를 향해 “지난 수년간 전국 정당화를 지향하며 극복해 왔던 지역당 이미지를 덧칠하자는 거냐”(전병헌 의원)는 직설적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적 제3의 길’을 찾자는 이들의 주장도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손 대표 체제로 치른 이번 총선에선 “견제세력을 만들어 달라”는 읍소만 난무했고, 현재도 구체적 대안 마련은 뒷전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대 호남권이라는 대립구도를 즐기는 것 같다”(한 충청권 당선자)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한 정치학자는 이 같은 두 갈래 주장을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했다. “상대 정파에 대한 대중의 혐오에 편승하거나 낙인찍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적 행태”라는 것이다.

물론 당의 노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 여당의 1% 특권층 정책에 맞설 대안을 준비하는 흐름이다. 김효석 원내대표의 ‘생활정치론’, 중도진보 성향인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론’ 등이 그것이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대의정치의 기본은 자신의 지지세력을 대변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이와 무관하게 엘리트적인 대의정치를 해온 측면이 있다”는 말로 이들의 주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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