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칼날 위에 올라섰다."
검찰이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된 400억원의 용처를 추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한 당직자가 불현듯 내뱉은 한마디다.
정 당선자는 손 대표가 추천했기 때문에 검찰의 용처 수사가 겨냥하는 '끝'이 어디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검찰 수사 결과 정 당선자의 돈 흐름 중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된 것이 드러난다면 손 대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당내에서는 '부적격자' 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손 대표는 정 당선자를 공천할 때 "사회적 공신력이 있는 분이 후보를 소개했다"고 설명했고 작년 5월 평양 방문 때 정 당선자를 동행시킨 바 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정동영계는 당시 "손 대표가 부적절한 인물을 무리하게 공천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손 대표가 당내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정 당선자 공천을 밀어붙인 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구 민주당계의 박상천 대표가 "공천심사위원 중 일부가 정 당선자의 주가조작설에 대한 깊은 검토를 요구했을 때 지도부가 이를 소홀히 한 점이 후회된다"며 "치밀하게 검토됐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후회이자 자탄이었지만 누가 봐도 손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었다. 그러자 손 대표의 표정은 굳어졌다. 손 대표는 "그 점을 검토 안 한 게 아니다. 금감원에서 혐의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검토 안 했다는 말씀은…"이라며 당황스런 기색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일단 검찰의 의도적 수사, 정권의 야당탄압으로 몰아갈 기세지만 안팎의 여론이 우호적일지는 의문이다.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며 살신성인의 자세를 취했지만, 그런 노력이 '정국교 사건'으로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의 노선도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당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17대 국회에서 매듭짓자고 주장해왔지만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당내 부정적 여론으로 난감해진 모양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고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이다. 지금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7월 이후 한발 물러서도 훗날 당과 국민이 다시 그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자꾸 흔들리는 요즘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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