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가수가 38세로 요절하자 심장성 돌연사와 심근경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장성 급사(sudden cardiac death)는 대부분 심실세동이라는 빈맥성부정맥이 삼장을 멎게 하는 것이 원인이므로 초기 5분 내에 대응을 잘 하면 거의 완벽하게 회복된다. 안타까운 것은 응급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뇌가 손상, 하루아침에 갓난아이처럼 돼 평생 가족의 수발을 받아야 하는 경우다.
심장마비 응급환자는 초기 발생 이후 1분마다 생존율이 7~10% 줄며, 10분 이상 지나면 생존율이 2~5%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발생 초기 심장에 전기치료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병원 도착 전에 뇌가 치명적으로 손상되거나 사망할 수 있다.
결국 심장 정지 초기 5분의 대응이 운명을 좌우한다. 그래서 미국 등에서는 일찍부터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공항이나 박물관, 경기장 등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에 비치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다중이용시설에 AED 설치를 의무화했다. 현재 국내에는 AED가 비행기, 산업체, 병원, 교육기관, 소방서 등에 일부 설치돼 있지만 향후 그 보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에 AED 설치가 확산되면 현재 1% 이하인 우리나라의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선진국 수준(20%)으로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응급구호를 하는 구호자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구호자보호법(Good Samaritan’s Law)’이 있어 긴급 상황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 등을 잘못 실시해도 면책을 보장, 응급구호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도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심폐소생술 교육도 시급하다. 기본 심폐소생술은 누구나 3~4시간만 투자하면 배울 수 있고 가장 효과적으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매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군 복무 중이나 운전면허 취득시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미국심장학회 심폐소생술위원회는 지난달 학술적인 검토를 거쳐 어른이 쓰러졌을 때 호흡법 없이 흉부압박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며, 흉부압박만을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권장했다.
이는 응급전화(119)와 양손을 이용한 가슴압박 두 단계만으로 이루어져 누구나 쉽게 실시할 수 있다. 기존 기본 심폐소생술은 구강호흡법이어서 그 시행을 꺼렸지만 이번 조치로 심폐소생술을 더 효율적으로 교육하고 보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 개정으로 AED 설치라는 하드웨어는 마련됐다. 이제는 심폐소생술 교육과 보급에 힘쓰고, 누구나 범법자가 될 우려 없이 응급상황에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만 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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