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가금류 살처분에 동원된 한 사병이 한때 AI 의심증상을 보여 인체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의 AI 예방 및 대처는 낙제점 수준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체계적인 방역활동과 함께 AI백신을 자체 생산하고 치료제 비축분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AI노출자 급증
보건당국은 23일 현재 가금류 살처분 등에 동원됐다가 AI 바이러스에 노출된 인원이 9,601명(누적합계)으로 늘자 질병관리본부에 AI비상방역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에 착수했다. AI노출자 가운데 '인체감염 관리대상자'는 6,024명이다. 당국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증상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20일 전북지역 살처분 작업에 동원됐다가 AI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치료를 받았던 현역 병사(22)와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병사는 현재 백혈구 수치 등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수치를 회복하고 있어 이르면 24일부터 격리가 해제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I 의심환자는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통한 폐렴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AI 의심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10일간 경과를 집중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인체감염의 진실은
AI는 1997년 홍콩에서 인체감염 사례가 발견되기 전까진 야생오리 철새 닭 등 조류에만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면서 사람에게도 전파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등지에서 381명이 감염됐고, 이 중 240명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I에 감염되면 고열과 기침, 폐렴 등의 독감증상을 보이며 사망률은 63%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AI에 감염된 닭 또는 오리 등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감염된 고기를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삼성서울병원 박승철 교수는 "동남아지역의 풍토병으로 보이는 AI는 가금류 등과 직접 접촉이 없으면 걸릴 가능성이 희박하고, 더욱이 사람간에 서로 전파될 확률은 아주 낮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연히 감염환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AI 안전지대라고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부실한 대비책
보건당국의 AI에 대한 대비태세는 상당히 느슨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AI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전체 인구의 20%까지 비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6%, 140만명분에 그치고 있다. 또 선진국과 달리 아직 관련 예방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AI가 독감처럼 전국을 휩쓴다면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이웃 일본의 경우 국립감염증연구소등 4개 연구기관이 손잡고 코점막에 뿌리면 감염을 막는 백신을 만드는 등 예방백신개발에 성공했으며, 최근 타미플루 비축분을 2,000만명분에서 3,000만명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전 인구의 20%를 AI에서 보호하는 타비플루를 확보토록 권고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점점 확보물량을 늘려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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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몰지역 지하수 질산성질소 기준치 초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가금류가 매몰처리된 지역의 일부 지하수에서 기준치보다 2~3배가 넘는 질산성질소가 검출돼 정부가 긴급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전북 정읍 김제 순창, 전남 영암 나주, 경기 평택 등 가금류가 매몰된 지역의 2차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30곳의 지하수 관정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음용수로 쓰이는 6곳중 2곳에서 질산성질소가 기준치(10㎎/ℓ)를 넘었다고 23일 밝혔다.
전북 김제 음용 지하수 관정 한 곳에서는 질산성질소가 기준치의 거의 3배에 달하는 28.2㎎/ℓ가, 전북 정읍 한 곳에서는 17.7㎎/ℓ가 각각 검출됐다. 올해 첫 AI가 발생한 김제는 22일까지 290만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질산성질소는 단백질과 같은 복잡한 질소화합물이 부패, 발효, 산화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로, 질산성질소의 농도가 10㎎/ℓ 이상인 음용수는 생후 3개월 이하의 갓난 아기에게 청색증을 유발한다.
청색증은 체내에 흡수된 질산성질소 때문에 발생하는 산소부족증상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질산성질소의 농도가 22㎎/ℓ를 넘는 수돗물은 유아식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는 매몰지역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국고 498억원을 예비비로 긴급지원해 급ㆍ배수관로와 정ㆍ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음용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농도 기준치 초과가 축산분뇨나 비료의 사용때문인지, 아니면 닭이나 오리의 매몰처리 영향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며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를 추가로 채취해 정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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