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지역 안에 있는 감염 닭과 오리가 유통업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 반출돼 음식점과 농장에 유통됐으며 그 이동로를 따라 AI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4일 1차 고병원성 AI 발생지인 전북 김제시에서 이동통제가 금지된 닭,오리 등이 불법 반출돼, 전북 6개 시ㆍ군과 전남 화순의 식당 및 닭집 47곳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불법 반출된 오리를 공급 받은 김제시 금산면의 가든식당에서도 이날 고병원성 AI 발생이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병원성 AI 발생은 11건으로 늘어났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과 영원면, 전남 나주시 반남면 등 4군데서는 예방 살처분 뒤 검사과정에서 H5 항원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김제 용지면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H5N1형 AI 발생이 확인(3일)된 뒤인 4~6일 박모(37)씨 등 오리 유통업자 2명이 이동통제가 금지된 방역지역 내 농장 18곳에서 닭, 오리 1만8,000여 마리를 사들여 이중 1만482마리를 식당 등에 내다팔았다.
더욱이 이 업자는 충남 지역의 농장 2곳도 출입한 것으로 확인돼, AI가 호남일대를 넘어 충남 지역으로도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역당국은 문제의 농가 18곳에서 불법 유출된 닭, 오리의 이동경로를 추적, 이들과 거래한 식당에 대해서는 공급받은 닭을 모두 폐기토록 했다. 또 문제의 유통업자가 출입한 전북 익산시 황등면 토종닭 농가에서도 AI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이 농가의 반경 10㎞내의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했다.
하지만 AI 감염 가능성이 있는 오리를 공급받은 김제 금산면 식당에서 이미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등 추가 피해 가능성도 있다. 2차 AI 발생지인 정읍시 영원면의 오리농장이 늑장신고를 하면서 출하한 데 이어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된 위험지역에서마저도 방역에 구멍이 뚫려, 방역당국의 허술한 방역과 뒷북 행정이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3차례나 이 위험지역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제재를 받지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북도 AI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사실 AI 발생 초기에는 이동 통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탑 차와 같은 차량을 이용할 경우 반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 유통업자와 농장 주인 등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입건하고 추가로 오염 가금류를 유통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문향란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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