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 정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정부가 외환은행을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불법적으로 싸게 넘겼다는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지만 않고, 여러 가지 해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전 위원장의 의욕이 어떤 식으로 실행에 옮겨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 위원장은 23일 기자 브리핑을 갖고 “론스타 문제와 관련해서 이전 정권(참여 정부)과 비교해 현 정부는 자세 면에서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는 법적 문제 해결 전까지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다면, 국제 금융계에 주는 시그널이나 금융중심지 조성과제 등을 감안할 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라고 덧붙였다.
현재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영국계 은행인 HSBC에 매각한 후 하루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헐값매각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금융위는 확정판결을 기다린 뒤 매각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외환은행 매각 일정은 정지돼 있는 상태.
그렇다면,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정부가 매각승인을 해 줄 수 있다는 뜻일까. 그렇게 확대 해석하기는 힘들다. 전 위원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질문이 점점 어려워진다”며 “법적인 이슈 등이 연계돼 있어 입장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은 무리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 정부도 최소한 1심 판결까지는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1심 판결내용을 확인한 뒤 매각 승인여부를 결론 내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법원의 독립성으로 볼 때 어려운 문제지만 1심 판결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위가 이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국제 금융계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목표로 론스타와 HSBC를 위해 마냥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과연 국내 금융업계에도 유리한가 하는 대목이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론스타와 HSBC간의 협상이 파기될 경우,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 위원장은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획일적인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며 다만 “경영능력과 전문성, 재임기간,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인드, 기관별 특성 정도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코드인사를 예고했다. 또 “역량 있는 민간인들이 많이 CEO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하지만 관료 출신 중에서도 공기업 경영자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관료 출신이라고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견임을 전제로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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