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지난해 기준 269만명, 어른 10명 중 8명 꼴이다. 병을 자각 못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400만명으로 추정된다. 환자 100명 중 4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매년 30만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고 있다.
당뇨병은 초기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망막 손상, 발 궤양, 뇌중풍(뇌졸중), 만성 콩팥병, 심장마비 등에 걸리는 무서운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하는 16조 5,000억원(2003년 기준) 중 당뇨병 관련 지출비가 20%(3조 3,000억원)로 암 지출비용보다 많다.
이처럼 '당뇨병 대란'은 왔지만 당뇨병을 완치하는 약은 아직 없고, 혈당을 조절하는 약만 나와 있다. 혈당조절약의 특징과 주의점 등을 알아본다.
■ 1세대 혈당 조절약 - 췌장을 직접 자극
1세대 당뇨병 약은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했다. '아마릴'(설포닐우레아 계열ㆍ한독약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미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으며, 장기 복용하면 췌장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또 약을 먹으면 혈당과 관계없이 인슐린이 분비돼 저혈당을 일으키고, 몸무게 증가 등의 부작용도 있다.
아마릴과 작용 메커니즘이 같으면서 저혈당 위험을 줄여 식후 고혈당인 환자에게 효과적인 '노보넘'(노보노디스크) 등과 같은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약도 있다.
■ 2세대 혈당 조절약 - 인슐린 작용 강화
1세대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의 단점을 보완한 비구아니드 계열(성분명 메트포르민 계열) 약이 개발됐다. 췌장이 아닌 지방과 근육세포 등 말초 조직에서 인슐린 작용을 강화하며 간에서 당 생성을 억제한다.
비구아니드 계열 약인 '글루코파지'(머크)와 '다이아벡스'(대웅제약)는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줄여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서 혈당을 조절한다. 그래서 비만인 당뇨병 환자가 많이 먹는다. 하지만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 때문에 용량을 조금씩 천천히 늘려야 한다.
또 갑자기 설사가 나고, 숨이 가쁘고, 근육통, 피로, 쇠약감 등의 증세를 보이는 유산증이 나타나기도 해 심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폐, 간 질환자는 먹지 말아야 한다.
1, 2세대 혈당 조절약은 부작용에 비해 효과가 커서 많이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비구아니드 계열 약 만으로 혈당 조절이 잘 안된다면 다른 계열 약을 추가로 처방해야 한다.
■ 3세대 혈당 조절약 - 저혈당 위험 줄여
1,2세대 약을 개선한 3세대 약은 '아반디아'(GSK), '액토스'(릴리) 등과 같은 치아졸리디네디온계(글라타존계) 약이다. 췌장을 보호하면서 지방과 근육세포 등 말초 조직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므로 저혈당 위험성을 줄이면서 혈당을 조절한다.
3세대 혈당조절약은 2007년 4분기 기준 전체 먹는 혈당강하제 중 11% 매출(IMS 데이터)을 보이며 높은 처방률을 보여왔다. 이 계열 약은 골절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반디아는 지난해 심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되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약품 포장에 경고문을 붙이도록 조치했다.
■ 퓨전 약 등 새로운 치료제 나와
당뇨병은 합병증 위험이 높으므로 혈당 조절을 효과적으로 하면서 부작용도 줄이는 약 개발이 관건이다. 올해 국내 출시된 '자누비아'(MSD)는 첫 DPP-4 억제제 약으로, 고질적 부작용이었던 몸무게 증가와 저혈당 위험성을 크게 낮췄다.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혈당조절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DPP-4 효소를 억제해 혈당조절 시스템을 강화한다. 그러나 기존 약보다 혈당 강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혈관 질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며 혈당 조절을 하는 환자의 고통을 고려, 한 알에 두 가지 성분을 결합한 퓨전 약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퓨전 약으로는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성분) + 메트포르민 계열= 자누메트(MSD), 아반디아(치아졸리딘디온 계열) + 아마릴(설포닐우레아 계열)= 아반다릴(GSK), 아반디아 + 메트포르민 계열= 아반다메트(GSK) 등이다.
■ 인슐린 주사, 조기 치료제로 사용
적지않은 당뇨병 환자가 약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을 때에야 마지막 수단으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의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기의 적절한 인슐린 치료가 혈당 관리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 심하다면 처음부터 인슐린 치료를 통해 혈당을 관리하면 좋다. 최근 '란투스'(사노피 아벤티스) 같은 지속형 인슐린 주사제는 기존 인슐린과 달리 하루 한 번만으로 24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된다. 저혈당과 몸무게 증가 등 부작용도 훨씬 적다. 무엇보다 펜형으로 개발돼 휴대하기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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