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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치기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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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치기 청와대

입력
2008.04.2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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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킹은 아니다.”

22일 오전 청와대는 앙앙불락(怏怏不樂)이었다. ‘청와대가 해킹 당했다’는 이날자 본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단순한 웜바이러스 감염이다. 의도적인 해킹과는 다르다”고 항변했다. 해명자료에는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하기 바란다’는 이례적인 문구가 있었다. 청와대를 해킹이나 당하는 허술한 곳으로 보지 말라는 항의였다.

하지만 불과 한시간 후에 청와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해킹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해킹이라고 해두자”고 얼버무리다가 기자들이 “장난하자는 거냐”며 몰아세우자 마지못해 “해킹이 맞다”고 실토했다.

청와대는 21일에도 “참여정부 때 발생한 일”이라며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모른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22일 청와대는 친절하게도 유출된 자료를 적시하며 “국가기밀은 아니다”고 했다. 해커의 침입 흔적을 확인한 3월 이후 한달 동안 헤매던 청와대가 불과 하루 만에 사태파악을 한 것인지 헷갈린다.

이번 사건을 우습게 생각하고 가볍게 대처하는 것일까.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경박함과 실언을 공격하던 그들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심장부가 해커에게 뚫렸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사건축소에만 골몰하는 인상이다.

해커의 소재파악도 못하는 청와대가 과연 유출된 자료를 정확히 알고나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많다. 솔직히 진상을 내놓고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걱정스레 쳐다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지 묻고 싶다.

김광수 정치부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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